검찰, 중단도 연기도 정치적 부담… “韓 수사 지방선거 전 끝낸다”

입력 2010-04-15 18:51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가 수사 속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정치권과 여론의 움직임을 살피며 한 전 총리 수사를 지방선거 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정치권 요구에 굴복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등의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결국 김준규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수사를 원칙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중단하거나 지방선거 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수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짓는 게 오히려 정치적 오해를 피하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양쪽 다 정치적 부담을 갖는다면 원칙대로 가는 게 정도”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정치자금 수사를 선거 전에 마무리하는 데 별다른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9억여원을 전달했다는 H건설 전 대표 한모씨 진술 외에 회계장부 등을 통해 관련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등 관련자 진술도 문건과 일치해 돈을 건넸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만 있었던 뇌물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한 전 총리의 후원금 관리를 맡았던 김모씨는 물론 한 전 총리를 직접 조사하지 않더라도 혐의 입증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를 강제로 불러 조사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번 뇌물 사건과 이번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가 검찰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최근 한 전 총리가 한씨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명계좌에 대해 계좌추적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두 차례나 기각당했다. 통상적으로 영장 범위가 포괄적이거나 범죄 소명이 부족할 경우 계좌추적 영장이 기각된다. 한 전 총리를 기소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핵심 증인들이 말을 바꾸는 등의 변수 역시 여전히 남아 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이날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 동아일보를 상대로 허위 피의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각각 10억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한 전 총리 측은 “건설 시행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제훈 임성수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