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문제는 재래식무기야”… 핵감축 성과 불구 CIA 前간부 “알카에다 핵보유 가능성 낮아”

입력 2010-04-15 21:46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알카에다 같은 테러집단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전 세계적인 핵물질 폐기와 감축을 이끌어냈다.

실제 테러집단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있을까. 미 중앙정보부(CIA) 테러방지국 간부였던 로버트 그레니어는 지난 14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실제로 핵무기를 가질 가능성은 낮다”며 “내가 아는 한 알카에다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보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실제 현장에선 핵무기보다 재래식 무기가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방사능 확산 폭탄(RDD)’은 테러 이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방사능 무기인데도 이번 회의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RDD는 의료기관이나 건설현장 등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사능 물질을 재래식 폭탄에 집어넣어 만들기 때문에 제조법이 까다롭지 않다. 대량인명살상용무기(WMD)는 아니지만 방사능 노출로 공포감을 일으키고 사후처리 비용도 막대해 ‘더러운 폭탄(Dirty Bomb)’이라고 불린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RDD 공격이 어느 때든 예고 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을 했고, CIA도 향후 4년 내에 미국 대도시에서 RDD 공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도 핵무기 못지않은 위협이다. 이스라엘 국방장관 에후드 바락은 13일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시리아에서 장거리 스커드미사일을 인도받았다고 밝혔다. 스커드는 헤즈볼라가 기존에 보유한 로켓보다 훨씬 긴 690㎞의 사정거리를 갖고 있다.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는 물론 이스라엘 핵시설이 모두 타격 범위 안에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은 지난해부터 시리아와 레바논의 미사일 기지를 동시 폭격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 경우 이란의 핵무기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 개입 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RDD나 장거리 미사일에 비해 실제 사용 가능성이 낮은 핵무기를 폐기하기로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건 재고정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