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20일만에 인양] 쇠사슬 끌어당기자 1분에 1m씩 서서히 수면위로

입력 2010-04-15 22:35

15일 오전 8시44분 독도함에서 위령제가 엄수됐다. 주변에 집결한 모든 해군 함정은 15초 동안 기적을 울려 숨진 장병들의 넋을 위로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오전 9시 2000t급 대형 크레인이 굉음을 울리며 함미에 연결된 직경 90㎜짜리 인양용 쇠사슬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함미, 순조롭게 물 밖으로=인양작업은 날씨 덕에 순조롭게 시작됐다. 백령도 남방 장촌포구 1.4㎞ 지점인 사고 해역은 초속 6∼9m의 북동풍이 불었고, 1m 안팎의 잔잔한 파도가 유지됐다. 인양업체 관계자는 “(백령도에) 두 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좋은 날씨였다”고 말했다.

해저 바닥에 잠겨 있었던 함미는 1분에 1m씩 서서히 해수면에 접근했고, 11분 뒤 사격통제 레이더실을 물 밖으로 내밀었다. 2∼3분 뒤 미사일 발사대, 40㎜부포 포탑 등도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물 위로 선체가 일부 드러나자 해군 해난구조대(SSU) 등 안전요원들은 절단면에 그물을 추가로 씌우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선체가 물이 빠질 때 시신이나 부유물 등의 유실을 막기 위해서였다.

오전 9시30분쯤 갑판이 물 위로 올라오면서 본격적으로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10분 뒤 배수펌프 설치를 위해 선체 내부로 안전요원이 투입됐다. 격실에 있는 해수를 빼내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정오가 가까워오자 배수 작업이 거의 완료됐다. 함미 윗부분이 거의 다 드러났고, 선체 내외부에서 배수 작업을 진행했던 인력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선체를 실을 바지선은 크레인 부근에 도착해 대기했다.

◇바지선 거치대 파손, 실종자 수색 난항=함미는 12시10분쯤 수면 위로 들어올려졌다. 쇠사슬 3가닥은 균형이 맞는 듯 안정된 모습이었다. 바지선은 들어올려진 선체 밑으로 들어가 받칠 준비를 했다. 모든 작업이 순조로운 듯했다.

날씨가 도왔지만 1000t에 이르는 쇳덩어리를 바지선에 안착시키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함미는 바람 때문에 미세하게 흔들렸고, 바지선도 파도의 영향을 받아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결국 사고가 터졌다. 바지선이 너울성 파도에 흔들리면서 함미와 충돌해 거치대가 파손됐다. 이에 따라 바지선 거치대에 함미를 고정시키는 작업이 지연됐다. 당초 바지선에 안착하면 함미와 크레인을 분리할 계획이었으나 거치대 수리작업이 완료되기 전까지 연기됐다.

거치대 수리작업과 병행된 실종자 수색 작업도 난항을 겪었다. SSU 대원 등이 실내 작업대 등을 설치하면서 통로를 개척했지만 내부 파손이 예상보다 심해 통로개척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당시 내부 격실이 충격으로 뒤틀린 데다 20일 넘게 물 속에 있었기 때문에 출입문과 계단, 복도 곳곳이 파손됐기 때문이다. 각종 전선과 파손된 장비 등 장애물도 많았다.

오후 3시를 조금 넘겨 통로개척이 완료됐고, 본격적인 시신 수습작업이 시작됐다. 과학수사팀 4명이 승조원식당으로 진입한 것을 시작으로 총 4개 팀이 투입돼 선체 내부 수색을 벌였다. 팀은 수사요원 1명, 해군관계자 2명, 가족대표 1명씩 4인으로 구성됐다. 바지선의 거치대 수리와 내부 수색은 이날 늦은 밤까지 진행됐다.

◇273m 거리에서 공개된 현장=백령도 용기포항을 출발한 행정지도선은 오후 2시쯤 함미 인양작업 현장에 도착했다. 취재진에 공개된 현장은 옅은 해무 때문에 시야가 선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바지선과 해상크레인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포착할 수 있었다. 민간 업체 인력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바지선 위에서 함미를 고정하기 위한 거치대 수리에 여념이 없었다. 잠수대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크레인선과 민간업체 작업선인 유성호 그리고 바지선을 바쁘게 드나들었다. 해군 평택함 등과 해경 방제정도 사고 해역 주변을 맴돌며 인양작업을 지원했다. 조사요원들이 고무보트 등을 타고 절단면을 조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도선은 크레인 근처에 도착해 시속 13㎞로 함미를 스크루 부분부터 좌현, 절단면, 우현을 볼 수 있도록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았다. 함미 절단면은 크레인선을 향한 채 바지선 위에 놓여 있었다.

이도경 기자 백령도=전웅빈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