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정부… ‘레드 셔츠’속 ‘블랙 셔츠’

입력 2010-04-15 19:31

‘레드 셔츠’와 ‘옐로 셔츠’ 간 색깔 전쟁으로 상징되는 태국 정치 시위 세력에 ‘검은 옷’이라는 새로운 색깔이 등장했다.

유혈 사태로 번진 지난 10일의 반정부 시위 때 진압군에게 발포한 것으로 드러난 복면의 검은 옷 총잡이들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태국 국영뉴스(NNT)가 14일 보도했다.

태국 집권 민주당 대변인인 부라나지 스무타락스는 이날 “복면의 검은 옷 총잡이들의 신원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앞서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지난 12일 TV에 나와 “다수의 테러리스트들이 시위자들과 섞여 있었다. 이들을 색출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태국 내에 소요를 조장함으로써 급진적인 변화를 끌어내려는 세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후 특별검거반을 구성, 잠시 마스크를 벗은 사진을 이용해 이들을 공개 수배했다.

정부가 공개한 방송 화면에는 마스크를 한 검은 옷의 사람들이 소총을 든 채 시위 현장인 방콕 민주기념탑 주변 시위대에 섞여 있었다. 이들은 시위대와 진압군의 대치 상황에서 총을 쏘았다. 정부는 이들의 총기 발사가 유혈사태로 번진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일명 ‘레드 셔츠’와 ‘옐로 셔츠’의 대결로 요약되는 태국의 정치세력에 ‘검은 옷’이라는 제3의 급진세력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실체는 정부의 추가 조사로 드러날 전망이다.

태국에서는 탁신 치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일명 레드셔츠)이 한 달 넘게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시위 중이다. 레드 셔츠는 농민, 빈민층, 학생층으로 이뤄져 있다. 탁신 전 총리는 그러나 2006년 옐로 셔츠를 입고 거리로 쏟아졌던 도시 중산층 및 왕정 지지자들의 시위와 이어진 군사 쿠데타로 축출됐다.

이번 시위대는 정부의 ‘제3세력론’을 일축하는 분위기다. 아피싯 총리야말로 군 발포를 지시한 독재자라면서 즉각적인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 주장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