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北 잠수정 활동 흔적 아직 탐지 못해

입력 2010-04-15 21:54


천안함이 어뢰 또는 기뢰에 의한 외부공격으로 침몰했다면 사고해역 인근에서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활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이곳에서 잠수함정이 활동했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사고 발생 직후 옹진군 덕적도에 배치됐던 대잠 링스헬기 2대를 사고해역에 투입, 잠수함의 흔적을 찾았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링스헬기는 줄에 달린 ‘디핑(dipping) 음파탐지기(소나)’를 수중에 집어넣어 근처에 있는 잠수물체를 찾아낸다. 그러나 수시간에 걸친 탐색작업에도 소득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또 잠수정 흔적을 찾기 위해 다도해함까지 투입했다. 다도해함은 행동반경이 작은 잠수정의 모함(母艦)으로, 잠수정 추적용 음파탐지기를 갖추고 있다. 다도해함은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정보탐사선으로 편제로는 해군에 속해 있지만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는 성격상 국방부 정보본부 소속이다. 군이 다도해함을 사고해역에 투입한 것은 잠수함이나 잠수정에 의한 공격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다도해함은 수일간 사고해역을 샅샅이 훑었지만 역시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서해는 수심이 얕고 유속이 빨라 잠수함이나 잠수정 활동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해군관계자들은 이들 함정이 작전을 수행하는 데 제한은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측 탐지 역시 심해보다 어렵다는 점에서 은밀하게 접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예비역 해군 소장 A씨는 15일 “사고해역처럼 수심이 낮은 지역은 초계함에서 음파탐지기를 작동할 경우 해저에서 곧바로 반사되기 때문에 북한의 잠수함이나 잠수정이 있더라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즉, 해저에서 반사된 음파와 잠수함에서 반사된 음파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 때문에 동해에서 주로 잠수함 작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서해에서도 잠수정과 잠수함 활동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금처럼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수온 차에 따라 음파층이 달리 생성돼 음파탐지기의 반응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이 같은 음파 변동으로 잠수함이나 잠수정의 존재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예비역 해군 중장 B씨도 “국방부가 천안함과 같은 대잠초계함이 사고 당일 백령도에서 소나를 가동할 경우 잠수정이나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비율은 70%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탐지가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14일 국회 국방위에서 “사고 당일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북한 잠수함 1척이 구름에 가려 (위성에서) 안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탐지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