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20일만에 인양] “슬픔도 나누면 반이라는데…” 군인가족 ‘밥상 봉사’ 훈훈
입력 2010-04-15 22:41
지난 10일 오전 11시. 아주머니 9명이 경기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 입구에 도착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무채색 옷을 입은 아주머니들은 반지나 귀걸이도 하지 않았다. “밥을 해 주려고 왔어요.”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부대로 들어갔다.
해군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들이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매일 부대를 찾고 있다. 위로를 해 주고 싶지만, 혹시라도 말을 잘못 전해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파트 아주머니들은 그저 마음만 타들어갈 뿐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것이었다.
“당연히 (가족들이) 안쓰럽지만 한편으로는 해군을 비판하는 실종자 가족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 남편도 해군인데 자꾸 뭔가를 숨기는 집단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안타깝고 서운하고…. 육군 공군도 그렇겠지만 해군들은 정말 서로 가족처럼 지냈었거든요.”
그러나 식당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본 첫날, A씨는 모든 섭섭함이 가라앉음을 느꼈다. 그저 눈물만 날 뿐이었다. 최대 200여명이 식사하는 실종자 가족 숙소에는 누구 하나 떠드는 사람이 없었다. 배 안에 있는 아들과 남편을 두고서 실종자 가족들은 밥을 먹는 것조차 미안해하며 그저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들은 배식을 하면서 일부러 실종자 가족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릇에 음식을 담을 뿐이었다. 아주머니들이 배식판이 아닌, 가정용 식기에 음식을 담으면 취사병들이 실종자 가족들이 앉아 있는 식탁에 갖다 놓았다. 밥이며 국이며 아무리 열심히 요리한 음식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볼 때마다 아주머니들은 속상하기만 하다.
오전 11시∼오후 2시, 오후 4시30분∼7시 하루 2차례씩 방문하는 아주머니들은 식사 준비 외에 다른 일이라도 작은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배식을 하다가 평소 함께 신앙생활을 하던 실종자 가족을 만났어요. 무슨 말이 그들에게 힘이 되겠어요….” A씨는 실종자 가족을 안고, 등을 두드릴 뿐이었다.
평택=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