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20일만에 인양] 눈물 쏟는 유족… 애타는 실종자 가족
입력 2010-04-16 01:53
15일 사망이 확인된 장병들의 가족은 참담함을 눈물로 토했다.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실려 온 서대호 하사의 주검 앞에서 어머니 안민자(52)씨는 “엄마 아빠는 어떻게 사느냐”며 통곡했다. “애가 기름에서 나왔나 봐. 온몸이 왜 기름이야. 왜 대답도 안 하고 얼굴이 새파래.” 안씨는 아들을 부르며 가슴을 쳤다. “찾은 게 어디냐. 마음은 한결 낫다”고 말하는 아버지 서영희(53)씨도 울먹이고 있었다.
“우리 상준이 어떡하노. 상준아, 엄마 한번 불러봐라.” 태극기에 덮인 이상준 하사를 보며 어머니 김미영(52)씨가 몸을 떨며 오열했다. 아버지 이용우(59)씨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 못했다.
실종자들의 시신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제2함대사령부에 마련된 가족 숙소는 울음바다가 됐다.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던 방일민 하사의 부모도 결국 눈물을 쏟았다. 방 하사의 시신은 오후 4시30분쯤 두 번째로 발견됐다. 방송 보도로 소식을 접한 어머니 나미숙씨는 주저앉았다. “일민이는 통화할 때마다 힘들다는 말 대신 부모를 걱정하던 속 깊은 아들이었는데, 그런 애가 왜….” 나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방 하사의 동생 동민군도 어머니를 따라 울었다.
전남 순천 큰아들 집에서 비보를 들은 이옥찬(84·여)씨는 망연자실했다. 시신으로 수습된 김선호 상병의 할머니다. 이씨는 “‘군대 잘 다녀오겠다’며 눈웃음치던 얼굴이 잊혀지지 않아 가슴이 미어진다”며 “시신이라도 보고 싶은데 다리가 불편해 갈 수 없으니 안타깝다”고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전부터 외출을 삼가고 텔레비전으로 인양 과정을 지켜봤다. 전화 통화도 꺼렸다. 차마 텔레비전 화면을 보지 못해 라디오나 인터넷으로 인양 보도를 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신 발견 소식에 일부 숙소에서는 “우리 아들 불쌍해서 어떻게 하느냐”며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실종자가족협의회 이정국 대표는 검정색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섰다. 이 대표는 “가족들 모두 초조하고 불안한 상태”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가족들은 시신으로라도 장병들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생존 장병 가족들도 같은 마음으로 시신이 수습되길 기다렸다. 김현용 중사의 아버지 김석규(57)씨는 “여러 명 희생됐을 것이란 생각에 아침부터 기분이 우울해 텔레비전을 켜지 못했다”고 했다. 함은혁 하사의 어머니는 “오전부터 라디오에서 인양 소식을 들으며 실종된 44명이 함미에서 모두 발견되길 기도했다. 아들의 동료들과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용상 병장의 아버지 이인옥(47)씨는 상황실에서 텔레비전 보도를 지켜봤다. 이씨는 “착잡하다. 다른 건 전혀 신경을 못 쓰겠다. 그냥 아들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잠시 후 다시 통화한 이씨는 호흡이 거칠었다. 뛰고 있었다. 잠시 숙소에 가 있다가 서 하사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상황실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이씨의 아들도 16번째 사망자로 확인됐다.
밤이 깊어가면서 시신 발견 소식도 뜸해지기 시작했다. 끝내 나오지 않는 장병이 있을 수 있다고 각오한 실종자 가족들이지만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검으로 돌아온 장병들의 가족은 기다리던 아들과 형제, 부모와 남편을 눈앞에 두고도 눈물만 쏟아야 했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