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20일만에 인양] TV가 아들인듯 어루만지며 “우리 대호… 우리 대호”

입력 2010-04-15 19:33


실종됐던 서대호(21) 하사 시신이 발견된 15일 오후 서 하사의 아버지 서영희(53)씨는 “그나마 다행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찾은 게 어디냐, 불행 중 다행”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마음은 한결 낫다”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는 서씨는 울먹였다.

함미에 세 번째 체인을 연결한 14일부터 마음을 졸이며 TV 앞을 떠나지 못한 서 하사 가족은 시신이 발견됐다는 방송 뉴스를 접한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 안민자(52)씨는 “그 차가운 바닷속에서, 그 차가운 바닷속에서 얼마나 외로웠니”라고 TV를 어루만지며 울었다. 안씨는 “우리 대호… 우리 대호…”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자 시신이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임시숙소는 다시 한번 울음바다가 됐다. 오후 4시30분쯤 서 하사에 이어 방일민(24) 하사 시신이 발견됐다. TV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던 방 하사의 부모도 결국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 나미숙씨는 방송 뉴스 자막을 보고 가슴을 치면서 통곡했다. 아버지 방광혁씨는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하던 효자였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나씨는 “일민이는 가끔 통화할 때도 힘들다는 말 없이 오히려 부모 걱정을 하던 속 깊은 아들이었다”며 “그런 일민이가 왜…”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와 함께 소식을 기다리던 동생 동민군은 “형을 찾으러 평택에도 오고, 백령도에도 갔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방 하사의 죽음에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고향 주민들도 안타까워했다. 양촌면 학운리 부녀회장 이명숙(54·여)씨는 “일민이가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장남이어서 나이에 비해 일찍 철이 들었다”고 슬퍼했다.

이어 이상준 하사, 이상민 병장, 안동엽 상병의 시신이 승조원 식당 근처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임시숙소 휴게실과 상황실에 모여 뉴스를 보며 서로 부둥켜안고 슬퍼했다. 사망자 가족에게 “그나마 발견됐으니 다행”이라고 위로하는 실종자 가족도 있었다.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3구씩 헬기로 제2함대사령부로 옮겨졌다. 독도함에서 평택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다. 의장대가 엄숙히 시신을 맞았다. 의무대에서는 국방부 조사팀과 법의학과장 등으로 이뤄진 6개 조의 군의관 검안팀이 30∼40분씩 시신을 검안했다. 검안을 마친 시신은 의무대 앞에 설치된 임시 안치소로 옮겨졌다.

평택=이경원 김수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