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경영체제 속도내는 한진그룹
입력 2010-04-15 21:43
한진그룹이 3세 경영체제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자녀들이 경영 전면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 기업 설명회에 직접 참석하는가 하면 등기이사에 잇따라 올랐다.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지겠다는 의미다.
조 회장의 장남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조원태(34) 대한항공 전무(여객사업본부장)는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기업설명회에 직접 참석했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은 앞으로 명품 항공사를 지향할 것”이라며 “4년 만에 기업설명회를 연 것은 그만큼 올해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무는 이날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공식 설명회뿐 아니라 기자들과의 대화에서도 자신의 분야인 여객분야를 비롯, 대한항공과 그룹 전반의 경영사안에 대해 설명했다.
한진그룹이 조 전무를 앞세운 것은 후계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호재를 계기로 대한항공 여객사업을 총괄해온 그의 경영능력을 대내외에 확인시키면서 후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뜻이 있다는 것이다.
조 전무는 2004년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06년 자재부 총괄팀 부장으로, 2006년 말 상무보로 승진했다. 2007년 말에는 상무B, 2008년 말에는 상무A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전무로 초고속승진을 했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 외에 2007년부터 IT자회사인 유니컨버스 대표이사에 이름을 걸어놓고 있으며 ㈜한진의 등기이사로 올라 있다.
조 회장의 둘째딸 조현민(27) 대한항공 IMC팀장은 지난달 26일 계열사 진에어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조 팀장은 오빠인 조 전무와 함께 진에어 등기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조 팀장은 앞서 지난 2월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있는 정석기업에 처음 등기이사로 올랐다. 조 팀장은 2005년 9월부터 LG그룹 광고계열사 LG애드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한 뒤 지난해 5월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으로 승진했다.
대한항공 기내식을 총괄하고 있는 조 회장의 맏딸 조현아(36)씨는 지난해 말 전무로 승진했다.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로 입사한 조 전무는 기내판매팀장을 거쳐 2005년 상무보에 올랐고 2006년 상무B, 2007년 상무A로 승진했다. 조 전무는 지난해 3월 계열사 ‘칼 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올랐고 지난해 4월엔 한진관광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부터 대한항공 일등석 기내식 시식행사에 참여하는 등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보이면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조 회장의 세 자녀들은 똑같이 대한항공 지분 0.09%와 정석기업 지분 1.2%, 인터넷 기내물품을 판매하는 ㈜싸이버스카이 지분 33.3%를 갖고 있다. 또 조원태 전무는 유니컨버스 지분 40%를, 두 딸은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이명희 김현길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