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복 길목 커지는 ‘두 변수’… 환율 1000원대 진입 눈앞·유가는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
입력 2010-04-15 18:27
금융 위기 이후 빠른 복원력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환율과 유가라는 두 복병의 그림자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1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조짐이 역력한데다 막대하게 풀린 국제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감안할 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두 변수의 변동 속도가 가파를 경우 충격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유가 변수 급부상=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4.7원 내린 1107.5원으로 마감했다. 2008년 9월 10일 1095.5원 이후 최저치다.
환율은 최근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싱가포르 중앙은행이 통화 절상을 발표하면서 하락세가 빨라졌다.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여기에 불을 붙였다.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배경에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달러화 가치 하락 움직임, 외국인의 잇단 국내 자산(주식, 채권 등) 매입이 자리 잡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1000원대 진입 시도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이 2분기에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자본시장 외화 유입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상반기에 1100원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유가 상승 등으로 1050원을 바닥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상승기류를 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4일 거래된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0.50달러(0.59%) 상승한 83.48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부장은 “세계 경제가 당초 전망대로 성장하고, 투기자금이 가세하는 상황에서 2008년 여름과 같은 수급불균형 문제가 부각되면 100달러 재돌파는 어렵지 않다”고 예상했다.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환율이 지금과 같은 하락 속도를 유지하고, 유가가 계속 뛰면 충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환율이 문제다. 단시간에 1000원대로 진입하면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정부도 절상 속도가 빠르다고 인식하고 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우리 경제가 좋아진 면도 있지만 일부는 중국 위안화 절상 기대로 과도하게 우리나라 환율이 절상됐다는 의구심도 있다.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가는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수출 채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오르면 우리 경제 회복세는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의 상승과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세계 경제의 회복과 우리 경제의 강한 체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막대하게 풀린 국제 유동성으로 인한 투기자금과 최근의 원자재 가격의 불안을 감안할 때 국내외 경제 환경이 작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환율의 변동 속도가 급속할 경우를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 기업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매출 확대로 수출 채산성 악화를 막을 수 있어 경제 성장률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배병우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