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20일만에 인양] 스러진 수병들, 조국의 별 되어 떠오르다
입력 2010-04-16 01:45
천안함인 772함 수병들이 돌아왔다.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 15일 서대호 하사가 가장 먼저 돌아왔다. 방일민 하사, 이상준 하사, 이상민 병장, 안동엽 상병, 임재엽 중사 등도 뒤따라왔다.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른 장병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국민의 귀환명령을 따랐다. 차가운 바다에서 벗어나 따뜻한 가족의 품에 안긴 그들은 비로소 고단한 임무를 마쳤다.
그러나 아직 귀환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 바다를 사랑한 바다 사나이들이 끝내 바다를 떠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자 국민들은 유족들과 함께 울었다.
서해 백령도 해역에서 침몰한 천안함 함미가 15일 물 위로 인양됐다. 사고 발생 20일 만이다.
국방부는 함미를 인양해 수색작업을 펼친 결과 16일 0시 현재 실종자 44명 가운데 36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발견된 장소를 보면 침몰 당시 탈출을 시도할 새도 없이 졸지에 참변을 당했음을 말해준다. 인양 뒤 최초로 발견된 서 하사는 승조원 식당에 있었다. 방 하사와 이 하사, 이 병장도 승조원 식당에서 발견됐다. 기관부 침실에서는 안 상병 등 여러 명이 나왔다. 서승원 하사는 디젤기관실에서 발견됐다. 서 하사는 침몰 당시 당직 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상당수는 군에서 사고 당시의 근무 위치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추정한 위치와 다른 곳에서 발견됐다. 36명 가운데 당초 추정 위치에 있던 승조원은 9명에 불과했다. 후타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됐던 손수민 조진영 하사는 승조원 화장실과 기관부 침실에서 각각 발견됐다. 기관부 침실로 예상됐던 신선준 임재엽 중사의 발견 장소는 76㎜함포 하부 탄약고였다.
승조원들은 근무복 또는 체육복을 입고 있었고, 속옷 차림 또는 알몸인 경우도 있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시신이 비교적 깨끗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심하게 훼손된 시신이 있을 경우 유전자(DNA)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할 방침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하루 종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임시숙소에서 TV를 통해 인양작업을 지켜봤다. 사망자의 신원이 하나씩 확인되면서 가족들 사이에서는 탄식과 통곡이 교차했다.
아직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가족들은 더 큰 슬픔 속에서 시신이라도 찾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아들, 남편, 아버지, 형제를 이대로 바닷속에 묻기에는 그리움이 너무도 컸다.
국민들의 추모행렬도 이어졌다. 네티즌 정영아씨는 서대호 하사의 인터넷 미니홈피 게시판에 “꿈 많은 젊은이를 왜 이렇게 빨리 데려가시는지. 추운 곳이 아닌 따뜻한 곳으로 가셔서 동료들과 함께 편히 쉬세요”라고 적었다.
천안함 승조원 가운데서는 남기훈 상사의 시신이 지난 3일 처음으로 발견됐고, 김태석 상사의 시신은 7일 함미에서 발견됐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안보 관련 수석회의를 주재한 뒤 “참으로 안타깝다. 이들의 헌신과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국가는 이들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엄기영 유성열 김수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