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등 새 IT기기 열풍… ‘반도체 제2 호황시대’ 예고

입력 2010-04-15 18:16


반도체 3년 호황이 시작됐나? 성수기, 비수기 가릴 것 없이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가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여기에 스마트폰 등 새로운 IT 기기 열풍이 불면서 반도체 호황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15일 시장조사기관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상반기 D램 1기가비트(Gb) DDR3 D램 고정거래가격은 2.69달러로 3월보다 7.6% 올랐다. 1Gb DDR2도 5.6% 오른 2.44달러를 기록했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같이 올랐다. 32Gb MLC는 7.54달러, 16Gb MLC는 4.06달러로 3월보다 각각 7.1%, 3.6% 상승했다. 반도체 가격은 지난 연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비수기인 1분기에도 꾸준히 올랐고 이달 들어서도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3년 주기로 호·불황을 거듭해 왔다. D램 익스체인지가 D램 업체들의 과거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결과 2001년부터 3년간 손실을 겪었고 2004년부터 3년 동안은 수익을 거뒀다. 또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따라서 주기 상 올해는 호황이 시작되는 해다.

실제 시장에선 글로벌 경기침체가 마무리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운영체제(OS) 윈도7을 출시한 이후 올해 기업을 중심으로 PC교체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19.7% 늘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태블릿PC 등 새로운 PC시장이 열린 것도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는 지난해 128메가바이트(MB)가 주류였던 스마트폰 모바일 D램 용량이 올해는 256MB로 늘고 태블릿PC 시장에선 512MB가 주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는 늘지만 공급이 부족하다. 불황 3년 동안 업계가 공급을 늘리는 데 인색했기 때문. 2008년부터 D램 업계는 8인치 웨이퍼 생산 중단 등 생산량을 줄여왔고 신규 투자를 거의 못했다. 이 때문에 현재 생산능력은 2008년 최대치와 비교해 8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라인 증설 등이 없었던 탓에 당장 공급을 늘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형편이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9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불황으로 모든 업체가 제대로 투자를 못해 현재 여건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고객이 요구하는 물량을 60% 정도 충족하는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와 증권가에선 벌써부터 2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치를 높게 잡고 있다. 아직 1분기 실적이 다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부문에선 2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22일 실적을 발표하는 하이닉스의 경우 증권가에선 매출 3조원 안팎에 영업이익 8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적 여건으로 볼 때 반도체 업황은 당분간 좋을 것으로 보며 그 주도권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잡을 것으로 본다”면서 “하지만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기술 개발에 소홀할 경우 주도권이 일본이나 대만 등 경쟁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도훈 천지우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