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기흥 반도체공장 전격 공개

입력 2010-04-15 21:42


삼성전자가 15일 경기도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언론에 공개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삼성 반도체 공장 근로자 9명이 백혈병으로 숨진 것을 놓고 일각에서 공장의 근무환경을 문제 삼자 생산라인을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외부인 출입이 불량률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민감한 환경인데다 기술유출 문제도 있어 잘 공개되지 않는 곳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내외신 기자 80여명에게 방진복을 입히고 라인 내부를 보여준 것은 의혹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로 읽힌다.

이날 공개된 라인은 백혈병 사망자들이 일했던 1∼3라인이 아닌 5라인. 1, 2라인은 사망자 발생 이전인 2006년 폐쇄됐고 3라인은 지난해 발광다이오드(LED) 공정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삼성 측은 3라인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5라인을 보여줬다.

의혹의 핵심은 사망자 발생 시점인 3년 전 근무실태인데 이날 보여준 것은 그동안 개선됐을 게 분명한 현재의 모습이었다. 기자들은 “3년 전에도 지금처럼 안전수칙이 철저하게 지켜졌다고 보장할 수 있느냐”고 거듭 물었다.

공장 관계자는 “통제가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화학물질만큼은 우선 관리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몇 분 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작업장을 쓱 둘러보는 것만으로 의혹이 불식될지 의문이다.

조수인 메모리담당 사장은 “이번 설명회로 모든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리라곤 보지 않는다”며 “그동안 역학조사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국내외 연구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기흥=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