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 털어 ‘성막’ 만든 김종복 목사 “성막은 문화적·체험적으로 신앙을 전하기 위한 것”

입력 2010-04-15 22:39


어떤 분야든 미쳐야 일이 되는 법이다. 김종복(51·서울 정금교회) 목사도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제사 드리던 이동식 성소’인 성막(聖幕)을 15년 넘게 알리다 보니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2004년 광은기도원에 실물 크기의 성막을 설치했던 김 목사는 최근 수억원을 들여 폐교 운동장 한가운데에 성막을 세웠다. 충남 부여군 내곡리 바이블테마센터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성막을 100% 크기(45m×22.5m)로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왜 하필 성막입니까.

“구원의 원리는 누군가가 대신 죽어야 누군가가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약에선 짐승의 피로, 신약에서는 예수의 피로 구원을 받게 됩니다. 구약의 성막을 생생하게 체험하면 성막 속에 계신 신약의 예수님을 만나게 되고 지성소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신명기 6장 말씀처럼 성경은 말뿐만 아니라 보이는 것으로도 신앙을 전수하라고 명하고 있습니다. 문화적으로 체험적으로 신앙을 전수하기 위해서입니다.”

-성막은 어떻게 만들었습니까.

“폐교 2만4130㎡(7300평)를 빌렸습니다. 1012㎡(304평)의 성막에는 번제단과 물두멍, 양 모형, 법궤 등을 설치했습니다. 성막 주변엔 이스라엘 12지파가 거주했다는 의미에서 지파 이름에 따라 60개의 텐트를 설치했고요. 성막 동편엔 놋뱀이 걸린 8m 높이의 장대가 서 있습니다. 학교 강당을 개조해 따로 성소와 지성소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선 성막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이 밖에 교실 15개와 복도엔 3000여점의 근현대사 유물과 기독교 자료가 전시돼 있습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일례로 지성소 덮개로 쓰이는 해달가죽만 해도 2000만원이 넘습니다. 떡상과 촛대, 물두멍 등은 수작업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베트남에서 직접 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해도 수억원이 넘을 겁니다.”

-전 재산을 쏟아 부을 정도로 성막이 매력적이던가요.

“복음에 매료되면 그렇게 됩니다. 이건 정말 하나님의 사명 아니면 못합니다. 이젠 문화의 시대입니다.”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됩니까.

“오전 10시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3000여점의 작품이 보유된 근대사박물관과 바이블 테마관을 관람합니다. 점심식사 후 성막을 본 뒤 성막 모형 만들기를 하고 성막 세미나를 진행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토록 난해했던 성막의 구조와 기구 쓰임 등이 술술 풀려갔다. 센터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거룩하신 하나님의 임재를 모든 성도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김 목사의 남은 과제는 노아 방주와 솔로몬 성전을 재현해내는 것이다(bibletc.com).

부여=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