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50년, 어제와 오늘]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에게 듣는 4·19정신
입력 2010-04-15 17:48
3회:시민의 발견, 미완의 혁명을 넘어
“헌법 전문에도 대한민국은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4·19정신은 대한민국의 가치관이고 정체성입니다.”
사월혁명회가 주관하는 4월혁명상 올 수상자로 선정된 민족문제연구소의 임헌영(69) 소장은 50주년을 맞는 4·19혁명의 의미를 한마디로 이렇게 규정했다.
지난 13일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만난 임 소장은 “헌법 전문에는 대한민국이 계승해야 할 대상으로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과 4월혁명 두 가지를 언급하고 있다”며 “3·1운동 부분은 반외세 민족자주독립 사상을, 4·19 부분은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4·19정신은 망각해서도 훼손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4월혁명은 학생들이 주도한 혁명으로 그 같은 전통이 우리 현대사에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4·19이후 한·일협정 반대, 삼선개헌 반대, 유신 반대, 80년대 군부독재타도 투쟁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사의 주역이었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특징입니다.”
그는 4월혁명의 의의에 대해 “이승만 독재정권 타도를 위해 일어났고 이를 관철시켰다”며 “4·19는 어떤 독재체제도 장기화될 수 없다는 교훈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19는 민주와 자유와 정의를 위한 투쟁이었지만 통일, 국민복지를 지향하는 흐름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4·19가 미완의 혁명이었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5·16 군부쿠데타와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그 같은 평가를 내릴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민주주의가 확고히 자리를 잡는데는 1789년 대혁명 이후 100여년이 걸렸지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4·19정신을 더 본받고 다져가야 합니다.”
그는 그러나 ‘4월 정신’이 퇴색해 가고 있는 요즘의 현실에 우려를 나타났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정치·사상·표현의 자유가 무한정 확대되면서 역설적으로 4월 정신이 마모된 측면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운동이 퇴화됐지요. 지금 대학생들에게 4·19는 아득한 옛날이야기에 불과합니다. 4·19정신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죠. 자유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는 교육이 아쉽습니다.”
임 소장은 4월혁명에 가담했던 주체세력들의 외도와 변절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4·19주도세력 가운데 5·16 군부쿠데타를 지지하거나 유신 때나 80년대 들어 지조를 꺾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그러고도 자기들이 4·19의 주인공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4·19정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들어 민주주의 성과를 부정하며 과거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임 소장은 4·19 50주년이 4·19정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4·19정신을 계승한다고 자처하는 단체나 인물들이 4·19민주묘지에 함께 가서 4·19정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다”며 “이를 통해 다시 60년 4월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