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크고 작은 상처 없인 진액도 나오지 않지요
입력 2010-04-15 17:59
나는 나를 사랑한다/허태수 지음/리즈앤북
허태수의 ‘나는 나를 사랑한다’(리즈앤북)는 이 한겨울 같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깊은 긍정의 책이다. ‘학곡리 촌장의 긍정 일기’란 부제가 붙었다. ‘학곡리’는 그가 목회하고 있는 성암감리교회의 동네 이름이다.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 강원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 서울보다는 시골 같은 춘천이 편안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는 나를∼’은 목회자의 설교 예화 같기도 하고, 촌장의 훈계 같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구수한 옛날이야기 같기도 하다. 한 편 한 편의 글 속엔 인생에 대한 저자의 깊은 통찰력과 묵상, 진정한 처세술이 담겨 있다.
저자는 1%의 희멀건 야채 대신 99%의 잡초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깜찍한 라디오로 또렷하게 FM 음악 소리를 듣듯 풀잎에서 이슬이 떨어지는 감동의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감성의 안테나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없이 많은 사건을 경험하고도 지난해 우리의 경주가 기억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까닭은 이를 악물고 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는 글은 삶에 지친 이들을 깨우는 응원가 같기도 하다.
불법 쓰레기 투기로 얼굴을 붉히다가 어느 날 그곳에 심어진 시금치가 분쟁을 종식시켰다는 저자의 경험도 담겨 있다. 그곳에 누군가가 설치했다는 푯말 ‘필요하신 분은 조금씩 뜯어가십시오’는 입가에 살포시 미소마저 머금게 한다. 시원한 흑백 사진과 함께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따뜻한 미소와 가슴 뭉클한 감동, 그리고 지혜서 같은 삶의 통찰력이 어우러져 삶의 에너지가 솟는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제목의 글은 이 책 어디에도 없다. 그것은 77꼭지의 글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저자의 메시지가 바로 ‘나는 나를 사랑한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자기계발서처럼 무작정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남을 볼 줄 알아야 진정한 나도 보게 된다.” “상처 없인 진액이 나오지 않는다.” “실수하라.” 저자가 책에서 반복하고 있는 말이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