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믿음으로 한 몸된 교회 공동체
입력 2010-04-15 17:56
로마서 1장 8∼13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이 우리나라에도 불고 있습니다. 휴대전화와 비슷한 크기의 무선전화기 수준을 넘어서서 PC의 역할까지 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성경과 찬송가를 다운받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교회에 오는 성도들까지 등장했다는 소리도 들려옵니다. 이처럼 소위 ‘손 안에 든 PC’인 스마트폰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큰 변화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고려대 언어학과 김성도 교수는 ‘호모 모빌리쿠스’(Homo mobilicus)라는 신조어로 규정합니다.
호모 모빌리쿠스는 휴대전화를 활용해 물리적 거리로 단절된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정작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만남들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오늘 성경에 보면 사도 바울은 로마에 있는 성도들과 편지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리스도 안에서 공통된 주제를 이야기하는 만남의 수준에서 그치는 것을 바울은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만남의 기회를 얻고자 했습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만남을 갖기를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만남을 위해서 오래 전부터 로마에 가고 싶어 했지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바울의 그 소망은 점점 더 강렬해졌으며, 로마교회 성도들을 만나보기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토록 간절하게 로마교회 성도들의 얼굴 보기를 바울이 열망했던 이유는 성도들과 영적인 축복을 함께 나누어 로마교회 성도들의 믿음을 굳세게 해주기 위함입니다(11절). 그러나 이러한 이유는 로마교회 성도들의 믿음이 약해서 그러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로마교회 성도들의 믿음은 소문이 나서 바울의 귀에 들려질 정도로 칭찬받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러하기에 바울은 로마교회 성도들의 믿음을 통해서 바울 자신의 믿음도 강화되고, 바울의 믿음을 통해서 로마교회 성도들의 믿음도 강화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 믿음을 굳세게 하여 줌을 통하여 ‘서로’ 위로 받기를 열망했던 것입니다(12절).
이렇게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만남에 대한 간절함이 ‘모바일 시대’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밀려나서는 안 됩니다. 단지 문자 한 통으로 모든 관계를 유지하고 정리하는 호모 모빌리쿠스적인 공동체가 되면 안 됩니다.
신약성경에서 교회 공동체를 가리키는 ‘코이노니아’(koinonia)라는 말은 얼굴을 맞대고 한 몸을 이루며 모이는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서로 마음을 같이하며”(롬 12:10), “서로 종 노릇하고”(갈 5:13), “서로 짐을 지는”(갈 6:2) 공동체가 교회 공동체인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호모 모빌리쿠스가 되어가고 있다고 할지라도, 얼굴을 맞대고 한 믿음으로 서로를 세워주고, 서로 위로해 주며, 서로 영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만남이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이러한 진정한 만남을 통하여 ‘함께 믿음을 굳세게 세워나가고’, ‘함께 위로하는’ 행복한 신앙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상대 목사 (서광성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