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잃어버린 예수 그리스도의 반쪽을 찾아서… ‘욕쟁이 예수’

입력 2010-04-15 17:45


욕쟁이 예수/박총 지음/살림

‘욕쟁이 예수’(살림)란 책을 접하면서 얼마 전 읽은 존 맥아더 목사의 ‘친절한 척 하지 않은 예수’(생명의말씀사)가 떠올랐다. 최근 들어 이 같은 책이 점점 더 눈에 띈다. ‘친절한 예수’, ‘언제나 은혜롭고 사랑 충만한 예수’에 관한 책 일변도에서 점차 기존의 교양과 상식을 뛰어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담은 책들이 늘어나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제목을 보고 ‘욕쟁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인 박총이 ‘기독교계의 박민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미슈퍼스타스의 마지막 팬클럽’을 쓴 박민규는 의표를 찌르는 발상과 기발한 언어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문화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박총의 글 역시 기발하고 발랄하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발칙하게도 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본질을 향한 노력이 엿보인다.

책을 덮은 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접하기를 소망하게 됐다. 책은 유익했고, 신앙적 지평을 넓혀주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웠다. 열린 마음으로 책을 펼친다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가르침을 누구나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저자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투사이면서 연인이다. 파이터(fighter)와 러버(lover)의 전형을 보여주신 분이다.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분이시다. 그럼으로써 온전한 인간상을 제시하셨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과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들에게는 밀어를 나누듯 다정다감하셨다. 그러나 바리새인들의 위선은 참지 않으셨다. 그들에게 거칠게 욕까지 하신 투쟁적인 분이셨다. 그분은 십자가에서 전 지구적으로 돌아가셨지만 사역은 철저히 마을에서 지역적으로 하셨다. 다정하지만 투쟁적이고, 우주적이지만 지역적인 분, 사랑이 충만하셨지만 제대로 분노를 표출하신 분…. 그분은 양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우리 시대가 좀처럼 하나로 묶지 못하는 두 패를 한 몸에 성취하셨다. 그럼으로 우리가 닮아야 할 자신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주셨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예수님은 어떠한가. 친절한 예수, 사랑과 은혜 충만한 예수…. 결국 우리는 반쪽짜리 예수에 익숙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 교회에는 혼동이 없다. 버거운 예수의 모습은 폐기하고 편안한 예수의 모습을 선택함으로써 혼돈과 갈등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바로 이것이야말로 신자의 삶에서 ‘제2의 원죄’와 같은 심각한 문제라고 적시한다. 우리가 닮기를 사모하는 역할 모델로서 예수의 이미지가 한쪽으로 고착되어 있는 한, 아무리 묵상을 많이 하고 훈련을 받아도 자기 입맛에 맞는 뻔한 예수의 모습으로만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수님의 반쪽 모습이 아닌 온 모습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서문에서 “쓸데없는 편견과 아집으로 좁아터진 보수신앙의 지평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절박함으로 책을 펴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길들이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예수님을 재발견하자”고 제안한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구절에 밑줄을 쳤다. 다시 보고 생각하기 위해서다. ‘분노하는 것은 함께 고통당한다는 뜻이다.’ ‘신앙은 두 겹줄의 긴장이다. 나의 생각 없는 하나님의 뜻은 없다. 세상의 소리 없는 하나님의 뜻도 없다.’ ‘신앙은 불확실성의 고통을 끌어안는 것이다.’ ‘자신의 신학적·문화적 배경이 전부인 것처럼 판단하지 말라.’

제목만 보고 이 책을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한국교회를 부둥켜안고 반쪽을 넘어 온전함을 찾으려는 한 크리스천의 외침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살림출판사 기독교팀의 강영특 편집장에게 물었다. “당신이 만든 책 가운데 가장 귀한, 독자들이 꼭 읽기를 바라는 책은 무엇이요?” 바로 대답이 들어왔다. “이 책, ‘욕쟁이 예수’입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