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수능성적 분석] 강남 제외하면 자사고·특목고·비평준화지역 월등

입력 2010-04-14 21:28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4일 내놓은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분석 결과는 지역·학교 간 학력 격차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4월 처음 공개됐던 2005∼2009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에서 확인됐던 내용과 마찬가지다. 특목고를 뒀거나 비평준화 지역, ‘사교육 특구’가 조성된 서울 강남의 성적이 뛰어났다는 점이 그러하다.

◇지역별로 뚜렷한 학력차=평가원이 내놓은 분석 결과에는 지난해 1∼4등급을 묶어서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각 지역의 1등급 학생 비율이 높은 지역이 정리돼 있다. 최상위권 학생의 지역별 분포를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16개 시·도 중 광주와 서울, 제주도가 돋보이는 반면 인천은 모든 영역에서 최하위권이었다.

표준점수 평균을 토대로 보면 제주와 광주의 성적이 좋았다. 서울은 각 영역별로 100∼102점 수준을 기록해 영역별 순위가 16개 시·도 중 6∼11위였다. 이는 서울의 경우 학생들의 평균적 수준은 ‘중간’이나 사교육 특구와 특목고에 힘입어 최상위권(1등급) 학생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지역 간 학력차는 232개 시·군·구별 분석을 통해 더욱 여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를 제외하면 자립형사립고나 특목고가 있는 지역, 비평준화 지역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경기도 의왕시, 충남 공주시, 전남 장성군, 부산 연제구, 해운대구, 경남 거창군, 대구 수성구, 강원도 횡성군, 광주 남구 등이 바로 그 예다.

이는 학생 선발권의 유무가 수능 성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평준화 지역이지만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대치동을 두고 있는 강남구는 1등급 비율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모든 영역에서 10위권에 들었다.

반면 도시가 아닌 지역의 성적은 부진했다. 예컨대 모든 영역에서 1등급 비율이 높은 상위 30위에 들어가는 시·군·구 지역은 13곳이었는데 이 중 군 지역은 경기도 양평군과 전남 장성군 등 2곳뿐이었다. 평가원은 성적이 낮은 시·군·구를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대도시·중소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를 추정해볼 수 있는 데이터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읍면 지역과 도시의 표준점수 평균은 10점 안팎으로 벌어져 있었다. 수리영역(가형)의 경우 대도시와 읍면 지역 점수차가 12.8점이나 났다.

◇학교 간 표준점수 차이 최대 73점=학교 간 학력 격차도 뚜렷했다. 수험생들의 영역별 표준점수 평균을 학교별로 비교했을 때 언어영역의 경우 최고·최저 평균을 기록한 학교 간 점수 차이가 무려 73.4점이었다. 외국어영역은 69.2점, 수리가와 수리나는 각각 61.4점, 59.6점에 달했다.

이는 평가원이 지난해 12월 2005∼2009학년도 5년간의 수능 성적 자료를 토대로 열었던 ‘수능 및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분석 심포지엄’에서 확인된 학교 간 격차가 다시 한 번 증명된 것이다. 당시 서울교대 김성식 교수는 5년 동안 치러진 수능을 토대로 학교 간 점수 차이가 언어는 85점이 넘고 나머지 영역도 75점 이상 벌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교육의 근간이 돼온 평준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1974년 도입돼 30년 넘게 이어져온 평준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2010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에서도 학교 간, 지역 간 성적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