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미술상 제정 20주년, 원로 조각가 윤영자씨 “국내 유일 여성미술상 작가들 활동에 도움 뿌듯”
입력 2010-04-14 21:19
“제가 활동할 때만 해도 여성 작가들이 작업하기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달라요. 각 분야에서 얼마나 열심히 활동하는데요. 제가 만든 석주미술상도 여기에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원로 조각가 윤영자(86·사진) 석주문화재단 이사장이 제정한 석주미술상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1989년 목원대 퇴직금 전액에 사재와 자신의 작품을 보태 만든 석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석주미술상은 회화 입체 공예 평론 등 분야 40∼59세의 여성미술인 중 창의력을 갖춘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90년 섬유예술가 정경연이 첫 수상자로 선정된 이래 석난희 이숙자 김승희 홍정희 원문자 조문자 차우희 이불 송수련 등 1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2006년에는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 2009년 박서보 화백 등 여성이 아니더라도 예술계에 공헌한 인사에게 특별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1949년 홍익대에 입학한 윤 이사장은 여성 미술인이 흔치 않던 시절에 석고부터 시멘트, 청동, 스테인리스 스틸, 석재까지 다양한 재료를 섭렵하며 60여년 동안 왕성한 활동을 펼쳐 후배들, 특히 여성 작가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런 그를 두고 같은 예술원 회원인 조각가 전뢰진씨는 ‘한국 최초의 여성 조각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다가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예전에는 남자 못지않게 열심히 작업했지만, 지금은 전처럼 못해요. 커다란 조형물 같은 것은 못하고 개인 작품만 하고 있어요.”
자신의 호를 딴 석주문화재단과 석주미술상 운영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는 그는 국내 유일의 여성미술상인 석주미술상이 20년간 유지돼온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수상자 중 일흔이 넘은 작가도 있는데 지금까지 모두 작품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주 대단하고 자랑스러워요. 저도 목숨이 다할 때까지 석주미술상을 끌고나갈 생각입니다.”
석주문화재단은 석주미술상 20주년을 맞아 23일부터 5월 9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미술상 수상 작가들의 수상작과 근작, 그리고 윤 이사장의 작품 등 총 40여점을 모아 기념전을 연다. 전시 개막일에는 후배들이 윤 이사장의 작품을 모아 만든 작품집이 그에게 헌정될 예정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