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글로벌 경영 돛 올린다] 해외 현지법인·사무소 속속 가동… 수익구조 다변화 ‘터닝 포인트’
입력 2010-04-14 18:47
(2) 자산운용사 ‘세계화 원년’ 박차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해외 금융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14일 현재까지 10개사가 현지법인(펀드 운용) 9곳, 사무소(시장 조사) 7곳을 설치해 운용 중이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국내에서 설정한 해외펀드를 위탁 운용하며 외국투자자들에게 존재를 각인시키는 수준이다.
하지만 기대는 크다. 해외시장 진출은 다양한 투자처를 제공해 투자자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우물 안 개구리 취급을 받아왔던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국내 금융서비스를 수출하는 것이기도 해 국가 경쟁력 향상이나 국내 고급 인력의 해외 진출 등 다양한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
◇외국인에게 펀드를 팔아라=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시장 진출의 선두주자는 미래에셋그룹이다. 미래에셋은 이미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큰손’ 대접을 받고 있다. 영국의 금융전문지인 IPE(Investment&Pensions Europe)에 따르면 아시아·중남미·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투자 규모에서 미래에셋은 영국계 바클레이즈 글로벌인베스터와 업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현재 미래에셋은 34조257억원을 신흥국 주식에 투자했다.
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홍콩·영국·인도·브라질·미국 등 5개국에 현지법인을 설치했다. 총 190명의 직원 가운데 외국인이 86%(163명)로 철저히 글로벌과 현지인의 시각에서 시장 대응을 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 법인에선 각 6개씩의 주식형펀드를 설정해 현지인에게 팔고 있다. 수익률도 좋다. ‘브라질 배당주펀드’와 ‘인디아 오퍼튜니티펀드’는 지난해 1년간 각각 120.40%, 104.19%의 수익을 내며 현지에서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그룹은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올해가 해외진출의 원년’이라고 선언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월 중국 금융당국에 합작운용사 설립 승인을 신청해 놓고 중국 정벌의 칼을 갈고 있다.
◇실력과 인지도 쌓기에 주력=다른 자산운용사들의 행보는 아직 조심스럽다. 미래에셋처럼 현지법인은 세웠지만 대부분 일단 한국에서 만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한 해외펀드를 위탁받아 운용하며 실력 쌓기에 매진하고 있다.
2007년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세운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지법인은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펀드를 운용하면서 일단 실력과 인지도를 쌓은 후 현지 직접 펀딩을 시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은 지난달 직제를 개편하면서 해외진출에 초점을 둔 경영전략실을 새로 만들어 그동안 특별대책반(TF) 수준으로 꾸려왔던 해외진출 전략 업무를 격상시켰다. 중국 본토에는 올해 안에 리서치센터를 건립하고 이후 1∼2년 내 합작운용사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실력도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독보적인 상장지수펀드(ETF, KODEX 시리즈) 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2007년 일본 증시에 KODEX200을 상장하고 태국에는 ETF 도입 및 운용법을 수출하면서 국제 인지도를 키워놨다. 이는 지난해 일본 노무라금융그룹이 해외 투자펀드 내 한국투자 부분을 삼성에 맡기는 성과로 이어졌다. 김석 사장은 “2015년까지 아시아 톱클래스 자산운용사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성공할 수 있다=치열한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현실은 ‘골리앗 앞에 선 다윗’ 처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대 글로벌 자산운용사에 비해 회사 규모나 인지도가 턱없이 모자란 상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펀드 시장 자체가 위축된 것도 현지진출 성공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국내 금융관계자들은 현재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이 같은 열세를 딛고 성공 신화를 쓰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회사 규모에 따라 어떤 전략과 전술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할지, 해외시장 진출이 회사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에 어떤 미래를 열어줄지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