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외기업 M&A ‘끝없는 식욕’… 국적·업종 안따지고 꿀꺽 꿀꺽
입력 2010-04-14 21:10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합병(M&A) 기세가 무섭다. 국적과 업종을 따지지 않고 M&A에 나선다. 싹쓸이 쇼핑 수준이다. 인수 기업의 대다수는 해당 국가의 대표 브랜드다. 선진 첨단기술을 통째로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에너지 관련 기업 및 세계적인 금융기업 지분 인수가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향후 중국의 ‘이코노믹 파워’(글로벌 시장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가 미국에 버금갈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해외 기업 싹쓸이=중국 대형유통업체 머라이언홀딩스는 지난 2월 일본의 골프클럽 제조업체 혼마골프를 인수·합병했다. 중국 토종 자동차업체인 지리자동차는 지난달 스웨덴 볼보 브랜드를 18억 달러(약 2조원)에 사들이며 중국 자동차업계로선 최대 규모의 해외 인수를 성사시켰다. 지난해엔 중국 최대 석유화학업체인 중국석유화학집단(SINOPEC)이 스위스의 아닥스 석유를 89억 달러(약 10조원)에 인수했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의 식욕도 엄청나다. 지난해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등 미국 금융기업 지분을 상당부분 사들였다. CIC가 지난해 산 미국 기업 주식은 96억 달러에 달한다. 또 캐나다의 광산업체 텍리소시스 지분 인수에 15억 달러, 카자흐스탄의 석유, 천연가스 개발회사 인수에 9억 달러를 쓰는 등 자원 확보를 위해서도 아낌없이 돈을 풀었다.
중국 업체들은 기술 획득과 자원 확보 등 다양한 이유로 해외 기업을 사들였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불황으로 기업 매물이 많이 나온 것이 중국 업체엔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 중국이 2조 달러 이상의 외환을 갖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1억 달러 이하의 해외 M&A는 지방정부 인가만으로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 공격적 투자의 배경이 됐다.
덕분에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2008년 350억 달러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올해는 이보다 40%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M&A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은 7.5% 정도지만 활발한 해외 M&A를 통해 비중이 8%를 곧 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일본 기업 사들이기, 한국엔 위기=중국은 일본 기업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중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인수한 총액이 285억엔으로 2008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일본 기업 간 M&A가 늘면서 중국 기업의 하드웨어와 일본 기업의 소프트웨어가 합쳐진 골리앗 기업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가전양판점 1위인 수닝전기는 판매 노하우를 얻고자 일본 가전양판점 라옥스를 인수했다.
렌상그룹과 닝보원성은 기술력을 얻고자 각각 일본의 시스템 개발업체 SJI와 자동차부품업체 닛코전기공업을 인수했다. 중국 기업의 저비용 생산기술과 일본 기업의 우수한 품질기술력이 합쳐진 셈이다.
특히 올해 인수된 혼마골프는 400명의 기술자가 수제작으로 고급골프클럽을 생산하는 업체다. 중국 기업의 M&A가 기술력 확보 차원을 넘어 고급 브랜드를 획득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으로선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우리 기업의 글로벌 M&A 활성화를 위한 지원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에선 1960년대 고도성장기에 창업했던 20∼30대 경영자 세대가 은퇴하면서 후계자를 찾지 못해 결국 폐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런 알짜 중소기업을 M&A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