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핵안보회의 성과·과제… 새 核안보 질서 마련 ‘핵 없는 세상’ 한 발 앞으로

입력 2010-04-14 18:2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주도로 미국 워싱턴에서 12∼13일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는 처음으로 ‘핵안보’를 주제로 진행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47개국 정상들을 불러 모아 핵테러 공동대응을 논의한 결과 일단 그가 주창한 ‘핵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주요한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한계도 동시에 보여줬다.

◇성과=세계 각국이 핵물질 방호 인식을 공유하고, 4년 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데 합의한 게 성과다. 정상선언에도 담겼듯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과 추출 플루토늄을 안전하게 지키자는 공동인식과 필요조치들이 이어졌다.

이번 정상회의는 냉전 이후 핵안보 질서가 새롭게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냉전시대에 이어 지금까지 핵안보의 축은 국가 간 핵위협에 맞춰져 왔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비국가적 행위자(non-state actor), 즉 테러집단이 핵물질을 탈취 또는 획득하는 상황이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핵안보 위협 요소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70년에 발효된 이후 핵질서의 기본규범으로 간주돼온 핵확산금지조약(NPT)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NPT는 핵군축, 비핵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이 3대 축이다. 여기에 핵안보 및 핵테러를 4번째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구체적으로 포함되게 됐다. 따라서 다음달 뉴욕에서 5년 만에 열리는 NPT 8차 평가회의부터 핵안보 문제는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각국이 무기급 핵물질 폐기를 잇달아 약속함으로써 핵물질 안전 확보라는 정상회의 목적이 구현되기 시작했다. 회의를 전후해 칠레 캐나다 우크라이나 멕시코 등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의 폐기 또는 민수용 전환을 선언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34t씩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없애기로 합의했다.

2012년 한국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가 결정된 것도 성과다. 핵안보 이슈에 대한 연속성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행 점검 등 앞으로 액션플랜이 구체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한계=당면한 핵안보 위협인 이란과 북한 문제에서는 진전이 없었다. 애당초 두 나라 이슈가 의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핵프로그램 개발과 핵확산의 나쁜 사례라는 점에서 핵안보 문제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져야 했을 어젠다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정식 의제에 포함시키지 않은 측면도 있다.

실제로 양자 정상회담 등에서 논의된 이란 제재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에 가까운 유보적 입장을 보였고, 인도는 반대했다. 에너지 확보 문제 등 자국의 이익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또 각국이 핵물질 폐기를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이행과 검증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이 기여금 형태로 내고는 있지만, 엄청난 폐기 비용 등도 골칫거리다.

핵물질 폐기를 선언한 옛 소련 국가 중에는 무기급 핵물질이 어떤 상태로 보관돼 있는지 잘 파악되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런 핵물질이 수t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관리가 취약한 상태의 핵물질을 어떻게 안전하게 확보하느냐도 주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