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사태’ 수사기관 가나… 이정수 아버지 “관련자 고소”

입력 2010-04-14 20:56

‘이정수 파문’으로 촉발된 쇼트트랙 비리 진실 규명을 위해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정수(21·단국대)의 아버지 이도원씨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 있는 그대로 밝혀지는 것”이라며 “검찰에 관련자들을 고소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립적이지 못한 인사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진상조사위 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고소 시점 및 누구를 고소할지 여부와 관련해 “오늘(14일) 진상조사위 활동이 시작됐으므로 하루 이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23일까지로 예정된 진상조사위 조사가 끝나기 이전에 고소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진상조사위를 믿을 수 없으니 수사기관의 힘을 빌리겠다는 것이다.

이씨가 고소를 검토하게 된 직접적 원인은 곽윤기(21·연세대)의 언론 인터뷰였다. 곽윤기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 1000m 준결승을 앞두고 (이)정수가 전재목 코치를 찾아와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전 코치가 나에게 ‘정수를 도와주라’고 해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곽윤기는 “그런데 (밴쿠버) 올림픽 때 정수가 약속을 안 지켰다. 솔직히 내가 올림픽 개인전 전 종목을 다 타게 될 줄 알았는데 정수가 올림픽 1000m를 앞두고 ‘내가 타겠다’고 해서 좀 황당했다”고 밝혔다. 작년 대표 선발전 당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밝힌 이정수의 전날 기자회견 발언을 정면 반박하는 인터뷰 내용이다.

이씨는 “(곽)윤기의 인터뷰를 보고 결국 수사기관에서 진실을 가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고소장을 낼 경우 곽윤기, 전재목 코치 등이 맞고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구든 먼저 고소장을 내는 순간 이번 사태는 형사 사건으로 비화된다.

고소 얘기가 부각됨에 따라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구성된 진상조사위의 김철수(63) 위원장은 이날 진상조사위 첫 회의를 마친 뒤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진상조사위가 첫 모임을 하기 전부터 구성원에 대한 중립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아쉽다”며 “철저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담보하는 차원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번 기회에 형사 처벌권을 가진 국가 수사기관이 나서 한국 쇼트트랙 환부를 말끔히 도려내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에 대해 사건 당사자들의 불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개입이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