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동수] 博士 교사
입력 2010-04-14 17:49
지난해 국내에서 배출된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1만322명이었다. 2008년 9710명보다 612명 증가, 최초로 1만명을 돌파했다. 계열별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자연계 4397명, 인문사회계 2205명, 의학계 1800명 순이다. 연도별 인구 1만명당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1995년 1.0명에서 지난해에는 2.1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처럼 고급인력이 양산되고 있지만 일할 곳이 마땅치 않다. 지난해 신규 박사 학위자 가운데 풀타임 정규직은 44.8%에 불과했다. 반면 계약직 비율은 29.2%에 달했다. 국내 박사뿐 아니라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온 사람들도 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박사는 15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중 상당수는 시간 강사, 학원 강사로 연명하거나 백수 상태다.
국가적으로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려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박사들을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흡수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문제다.
돌파구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박사 학위 소지자들의 중등 교사 임용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박사들이 중등 교사로 임용돼 가르치는 경우가 흔하다. 고학력자들이 대학 교수직만 고집하지 않는 데다 사회적으로도 그것을 어색하게 보지 않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풍토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사자격증 없이도 석·박사 학위 등 해당 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시간 강사로 고교 강단에 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교사자격증이 있어야 교단에 설 수 있도록 한 교육공무원법의 시간 강사 자격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 강사로 한정한 것은 유감스럽다. 선진국처럼 석·박사들이 소정의 교직 과정을 이수하면 쉽게 교사가 되는 길을 터 줄 필요가 있다. 지금은 무한 지식경쟁시대다. 사회에선 하루가 다르게 새롭고 전문적인 지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사들이 이 흐름을 다 따라잡고 감당해내기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직역 이기주의에만 갇혀있을 일이 아니다. 중등 교육은 대학 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 학생들의 지적 능력과 창의력 개발은 중고교 시절 결판난다. 박사들이 중등 교사직에 많이 진출하면 고학력 실업률도 낮추고 수업의 질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동수 논설위원 d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