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시험 출제 시스템 손봐야

입력 2010-04-14 17:51

지난 10일 치러진 9급 국가공무원 시험에 전교조의 1989년 발기선언문이 출제됐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결성을 위해 힘차게 나아갈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는 구절로, 함께 예시된 다른 정치적 선언문들과 비교해 발표 순서를 맞추라는 문제다.

공무원시험에 합법단체라고는 하나 정치투쟁과 좌편향 교육으로 문제를 일으켜 온 전교조의 창립 시기를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담당 공무원은 “전교조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다른 사건들과 묻는 상식 테스트류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상식이란 보통사람이 가져야 할 일반적인 지식이다. 보통사람들이 전교조가 언제 창립되었는지를 기억하지는 않는다. 공무원 수험생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전교조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공무원 시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은 곧 국가가 전교조에 대해 알도록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수험생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전교조 선언문까지 공부해야 되느냐”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담당 공무원은 “전교조라는 단어가 시험 문제에 나왔다고 해서 문제 삼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이러니 공무원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공무원 시험 지원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14만1343명이 응시해 평균 경쟁률이 82.2대 1로 작년 59.3대 1보다 크게 높아졌다. 경쟁률이 높다보니 합격자를 가리기 위해 문제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더라도 공무원의 자격과 능력을 평가한다는 기본 틀을 벗어나면 안 된다. 일반인들이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없는 선언문까지 인용하는 궁벽한 문제는 공무원 시험문제로 적절하지 않다.

행안부는 뒤늦게 “문제 검증에 신중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잘못을 시인했지만 말로 그칠 게 아니다. 각종 국가공무원 시험의 출제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출제위원 선정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