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재수] 군인의 아름다운 귀농

입력 2010-04-14 17:52


최근 제대 군인의 성공한 귀농·귀촌 활동이 관심을 끌고 있다. 퇴역 장교는 물론 군 복무를 마친 사병들이 성공한 농업인으로 변신한 스토리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군인들의 성공 귀농 이야기는 새로운 의미가 있다. 군인은 농촌 현장에 풍수해가 발생하거나 일손이 부족할 때 누구보다 먼저 도움을 준다. 구제역 등 동물 질병도 군 인력과 장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 경우가 많다. 군인들은 산간오지 근무 경험으로 농촌에 대한 이해가 높고 농업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도 풍부하다. 귀농에 대한 관심이 많고 귀농 교육에 참여하는 열기도 뜨겁다. 그래서 농업 농촌은 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

농촌진흥청은 제2의 인생을 농업으로 시작하려는 제대 군인을 위해 지난달 육군본부와 양해각서를 맺고 귀농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귀농 설계, 창업 지도, 기초 농업기술과 현장실습 등 체계적인 교육으로 전역자들의 농촌 정착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농촌과 軍은 뗄 수 없는 관계

지난해 퇴역을 앞둔 30여명의 군 간부에게 교육을 실시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군 생활을 통해 가꾸어진 강인한 체력과 의지는 귀농 교육의 열기로 이어졌고 교육 결과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제2의 인생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제대 이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신감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필자는 매주 목요일 오후 5∼6시 민원 전화를 직접 받고 답변하는 ‘목요 현장 전화’를 운영한다. 얼마 전 귀농한 예비역 대령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경영학 관련 서적은 농업 분야에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새 농업경영 교재를 발간해 달라고 부탁했다. 탁상행정이나 공허한 이론보다 농업 농촌의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소중한 정책 건의도 받았다.

귀농은 도시생활의 실패자가 ‘농사나 짓자’며 농촌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지난 1월부터 서울역에서 실시한 야간 귀농 교육 참여자 대부분이 중소기업 경영인, 대기업 임원, 공무원, 언론인 등 도시 직장인들이다. 도시생활 실패자의 ‘탈출형 귀농’이 아니라 제2의 인생을 농촌에서 시작하려는 ‘취업귀농’ 희망자가 대부분이다.

인구 구조로 보면 우리나라도 조만간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 귀농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농업과 농촌을 새로운 인생의 터전으로 선택해 낯선 길을 가고자 하는 희망 귀농자를 위한 본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귀농은 농촌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고령화돼가는 농촌에도 새바람을 불어넣는다.

선진국 가운데서도 귀농 열풍이 부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는 은퇴한 귀농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취업 귀농도 많다. 미국은 유기농 붐으로 인해 830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에 귀농 열풍이 불고 있다고 USA투데이지가 보도했다. 일본은 ‘정년귀농’보다 ‘취업귀농’이 급속히 늘고 있으며 각종 귀농 지원센터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영국도 앞서 귀농한 농가와 멘토링제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귀농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선진국에도 귀농 열풍 불어

2010년은 동족상잔의 6·25 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전쟁의 비극을 잊지 말아야 하며 나라를 새로 세운다는 각오로 일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바쳐 나라를 지켜온 열정에다 애국심 넘치고, 국토에 대한 진실한 애정을 갖고 있는 이들이 군인이다.

제대군인의 귀농 열풍은 농촌의 새 희망이며 귀농 교육은 누구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귀농 열풍의 제일 선두에 교육과 훈련으로 가꾸어진 군인이 앞장서 ‘전투귀농’을 실천하기 바란다. 제대군인의 아름다운 귀향은 농촌에 희망과 비전을 주는 새로운 열풍이다. 꼭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김재수 농촌진흥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