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로직’ 음반 낸 이효리, ‘힙합 효리’로 파격 변신… “뮤직비디오에 트럭이 나온다고 표절인가요?”

입력 2010-04-14 17:50


“뮤직비디오에 트럭이 나온다고 표절인가요? 트럭 나오는 ‘뮤비’ 찾아보면 천 개는 될 텐데…. 금발 가발 썼다고 (영국 팝가수 레이디 가가를) 따라했다고들 하는데 신경 안 써요. 제가 봐도 너무 비슷하면 너무 싫고 찔릴 텐데, 제가 봤을 때 아니거든요.”

12일 서울 삼성2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효리(사진)는 인터뷰 내내 당찬 모습이었다. 새 발매된 4집 ‘에이치.로직(H.LOGIC)’과 관련한 얘기라면 민감한 질문에도 당당하게 답변하는 모습에서 신보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정통 힙합 장르로 돌아가 사우스 힙합, 갱스터 힙합 등 힙합의 전 장르를 아우른 ‘에이치.로직’은 곡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과감한 스타일로도 화제를 모았다. 과도한 관심은 앨범의 컨셉이 레이디 가가를 닮았다는 표절 논란으로도 번졌다.

이효리는 “오랜 시간 공들인 앨범인 만큼 표절 논란이 일까봐 두고두고 검사했다. 아이폰에 있는 똑같은 노래를 검색해주는 응용 프로그램에 전곡을 돌려봤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이효리 특유의 자신감을 앞세운 ‘치티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 구슬픈 가사에 매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인 ‘그네’, 스캔들을 재미있는 가사와 신나는 사운드로 표현한 ‘스캔들(Scandal)’ 등 고르고 고른 총 14곡이 수록돼 있다.

“싱글 위주로 재편된 상황이 안타까워요. 예전에 우리가 좋아하던 음악은 그게 아니잖아요. 돈이 많이 들어도 미니 앨범이나 싱글 앨범이 아닌 정규 음반으로 낸 데는 가요계에 느끼는 책임감 때문이지요. 앨범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고 뮤직비디오도 제대로 만들면서 음악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왕성하게 활동하는 걸그룹들 속에서 이효리는 위기감보다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위에서 ‘니가 걸그룹한테 밀리지 않겠냐’고 우려를 많이 해요.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상대적으로 제가 더 잘하면 부각 될 수 있으니까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효리는 자신만이 선보일 수 있는 ‘이효리다움’을 내세웠다. “가볍고 발랄한 것보다는 언니다운 모습으로 무대에서 내뿜는 카리스마로 승부할 작정이에요. 걸그룹들의 딱딱 맞는 안무와는 다르게 자연스럽고 필이 묻어나는 춤도 선보일 예정이지요.”

오토튠(기계음) 위주인 최신 유행과 거리를 두고 ‘리얼 사운드’를 고집한 것도 차별 전략이다. 이번 앨범에는 실제 악기 연주음과 이효리 본연의 목소리가 한가득 담겨있다.

“요즘 노래들에 너무 오토튠이 들어가니까 재미가 없어요. 4집에는 악기도 직접 스튜디오에서 연주해서 기계로 찍은 것과 다른 사운드를 냈어요. 브라스는 직접 불고 현악기는 당연히 연주했지요.”

지난해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구축된 ‘망가지는’ 이미지가 가수로서의 퍼포먼스에 부담되지는 않을까. 이효리는 “의외로 예능의 효리와 음악의 효리로 분리가 잘 된다. 나 자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면서 “무대에 선 모습을 보고 팬들이 웃을까봐 ‘예능 효리’로 봐주지 말라고 부탁하기 전에, 무대에서 멋진 모습 보여주면 자연스레 ‘가수 이효리’로 보이지 않겠느냐”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