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휴가때 월급 통장 내밀며 “드시고 싶은 것 사 드세요”… ‘효성 지극했던 막둥이’ 실종 이상민 병장
입력 2010-04-14 21:46
해군 천안함 실종자 이상민(21) 병장의 가족은 해군이 실종 장병에게 4월분 급여를 정상 지급했다는 소식에 눈물을 쏟았다.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 임시 숙소에서 만난 이 병장의 어머니 김병애(54)씨는 14일 “상민이가 첫 휴가를 나와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참지 말고 드시라’며 통장을 놓고 갔다”고 울먹였다. 이 통장에는 이후 이병장이 입대한 2008년 6월부터 23개월 동안 받은 급여 200여만원이 차곡차곡 쌓였다. 미안한 마음에 한푼도 찾아 쓰지 않아 가족 누구도 정확한 액수를 몰랐다.
가족들은 이 병장을 ‘받는 것보다 베푸는 게 많았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누나가 셋인 이 병장은 큰누나와는 열 살 터울인 막둥이였지만 가족을 먼저 챙기는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에서 자란 이 병장은 농사를 짓는 부모를 따라 어려서부터 풀을 뽑고 가축을 돌봤다. 작은누나 순희(29)씨는 “그 조그만 것이 호미를 들고 웃으며 들로 따라 나오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이 병장은 고등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마련했다. 방학이면 빌딩 종합관리회사에서 일하는 매형 소개로 건물 보안요원으로 일했다. 충남 공주영상대학 항공관광과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실습을 나갈 때마다 번 돈을 모아 매달 100만원씩 집으로 부쳤다. 이 병장은 자신을 위해서는 교통비만 썼다. 그러면서 부모 생일 등 기념일이면 대학에서 배웠다며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오는 효자였다.
해군에 입대한 뒤 이 병장은 얼마 되지 않는 수병 월급도 모았다. 지난해 4월 18일 아버지 병길씨의 회갑연 때에는 휴가를 나와 편지를 꺼내 읽었다. “군 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하겠습니다. 얼른 취직해 부모님께서 힘든 농사일을 안 하셔도 편안히 지내시게 할게요.”
음력으로 쇠는 병길씨의 올해 생일은 안타깝게도 다음달 8일, 어버이날이다. 순희씨는 “동생이 ‘휴가를 못 나가면 전역한 뒤 내가 대는 경비로 아버지 생신과 어버이날을 기념해 가족여행을 가자’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병장의 가족들은 “상민이가 워낙 효자여서 배를 타면 매일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는데 이번에는 꽤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이 병장의 생일을 맞아 온 가족이 제2함대사령부로 면회를 간 것이 마지막 만남이었다. 사흘 뒤인 16일 이 병장은 순희씨에게 전화를 걸어 “누나, 나 출동해”라고 밝게 말했다. 순희씨는 “잘 갔다 와”라고 무던히 대꾸했다. 효자 동생인 막둥이와의 마지막 대화였다.
평택=이경원 최승욱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