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새골 주수일 장로가 들려주는 God’s Family Story] 돈을 벌 때보다 쓸 때 행복 보람있게 쓰는 법 연구를
입력 2010-04-14 17:29
지난날을 돌아보면 스스로 생각을 하기에도 돈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잘 썼다고 생각되는 몇 번의 일이 있다. 그 첫째는 어머님의 생신 선물로 밍크코트를 하나 사드린 것이다. 어머님은 그것을 입으시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뻐하셨다. 물론 1970년대였으니까 밍크코트가 그렇게 흔하지 않았을 때였고 값도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님은 그것을 입고 나가시며 우리 아들이 이걸 사주었다고 친척들과 이웃들에게 자랑하시는 통에 나는 아주 대단한 효자로 소문이 났다. 그래서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 18년이 지났는데도 그 일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나는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어머님을 계속 모셨다. 그래서 아직 학생인 동생들과 어머님의 생활비를 어머님에게 드리게 됐는데 생활비를 늘 아버님으로부터 받으시던 어머님은 내게 돈을 받는 것이 좀 불편해 보였다. 나는 남편이 주는 돈은 누워서 받고 아들이 주는 돈은 서서 받는다는 옛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아내와 상의를 했는데 아내가 그러면 매달 돈을 드릴 때 우리 부부가 큰절을 하면서 바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 후부터 매달 어머님께 큰절을 하면서 생활비를 바쳤다. 그랬더니 어머님은 이것을 또 이모님들에게 자랑했다. 이모님들이 또 아들들에게 “네 형 좀 봐라!” 하면서 하도 부러워하시는 바람에 이종사촌들이 와서 “형님은 왜 자꾸 이상한 행동을 해서 우리들 입장만 곤란하게 하시우” 하면서 농담조의 핀잔을 하게 됐었다. 지금은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더 이상 그렇게 할 수가 없지만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마음이 흐뭇해진다.
필자는 지금 사랑의 집에서 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5월 가정의 달이 되면 무의탁 노인들을 초빙해 경로잔치를 벌인다. 그런데 여기엔 특별 순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어르신들께 용돈을 드리는 것이다. 이때는 20명의 복지관 직원들이 다 한복을 입고 어르신들께 큰절을 하고 용돈을 드린다. 그리고 “옛날에는 제가 어머님께 이렇게 용돈을 드렸는데 이제는 돌아가셔서 더 드릴 수가 없어 여러 어르신들께 이렇게 드리는 것입니다”라고 용돈의 유래를 설명한다. 그러면 “무슨 돈 봉투를 돌리나”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셨던 어르신들도 눈물을 글썽이며 기뻐한다. 물론 이렇게 하는 데는 200만원 정도의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이 돈은 내가 가장 보람 있게 쓰는 돈 중의 하나다. 돈은 벌 때보다 쓸 때 더 행복해진다. 벌기 전에 쓸 곳을 잘 연구해두어야 한다.
<사랑의집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