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향영] 친환경농업의 파수꾼 ‘천적 곤충’

입력 2010-04-13 18:57


천적 곤충을 이용해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은 건강한 자연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고, 농업인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동량이 될 그들의 건강을 미리부터 살피는 것은 물론 환경보호의 정신도 함께 심어주는 효과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해충 방제를 위해 농약 사용을 줄이고 천적곤충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그간 국내 천적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천적 곤충 이용 면적도 1988년 3㏊에서 2009년 2680㏊로 증가하여 시설작물 해충방제에 천적이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천적활용 기반은 조성되었으나 아직도 내실을 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천적곤충이 국내에 도입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으나 천적기술 선진국인 네덜란드에 비하여 아직 기술수준이 초보적인 단계이다.

따라서 우리의 기술은 네덜란드 등 선진국의 기술을 벤치마킹하여 배우고 있지만 우리 환경에 맞는 천적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환경은 선진국의 온실에 비하여 온도편차가 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너무 더워 대부분의 천적곤충이 생존하기에는 부적합한 조건이다. 따라서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 환경에 적합한 천적의 선발과 이용기술 확립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여 현재 35종의 천적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천적곤충을 이용하고자 하는 농가를 위해 천적 구입비를 일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천적지원사업은 한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지원이 중단될 경우 천적곤충 이용이 급격히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천적 구입비 지원을 중단하는 이유는 천적곤충 구입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는 데다 그 효과 역시 완전하지 않다는 데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농촌진흥청에서는 농가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천적곤충 이용을 위한 매뉴얼을 개발, 보급하여 모든 시설재배 작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천적곤충 이용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천적곤충 이용 농산물 인증제를 도입해 가격 보전이 이뤄져야 한다.

천적곤충을 이용한 농산물이 제대로 대접을 받아야 친환경농업이 조기에 정착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아울러 각 농가와 환경보호단체 등에서도 천적이용 농산물의 소비확대를 위해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 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

또한 천적을 이용한 해충의 생물적 방제는 생태계보전을 통한 국민건강의 증진 등 공익적 기능이 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천적곤충 연구뿐만 아니라 미생물 연구로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천적관련 각종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바로 이 같은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21세기 녹색기술 신성장 산업으로 국민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친환경 농업의 파수꾼으로 천적 곤충산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정향영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