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휘발유값… 19개월 만에 최고치
입력 2010-04-13 18:43
휘발유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의 유가상승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투기자금이 석유 등 상품시장에 유입된 데 따른 것으로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718.13원으로 11일 연속 상승하면서 2008년 9월 17일 1723.14원을 기록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98원까지 치솟으며 2000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 행진은 국제제품 가격 및 원유 가격 상승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원유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상승이 다시 국내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주 도입 유종인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한 국제 원유 가격은 지난 2월 8일 배럴 당 69.46달러를 기록하며 단기 저점을 기록한 후 계속 올라 9일 83.7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일 83.57달러로 0.13달러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싱가포르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휘발유(옥탄가 92 기준) 가격 역시 5일 92.93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후 92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미국 증시 상승 등 경기 지표 개선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기자금 등이 석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에 유입된 영향이 크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12일(현지시간) 1년 7개월 만에 1만1000선을 돌파한 것을 비롯해 미국 제조업 지수, 고용지수, 주택 지수 등이 개선되면서 매수 초과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다만 석유 수급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원유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현재 국제 유가 상승은 석유 생산, 재고 등 석유 수급과는 크게 관계없는 현상으로 경기 지표에 따른 변수는 있지만 70달러대로 다시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국내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휘발유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제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국제 제품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국내 휘발유 가격에 연동되기 위해서는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보통 국제 제품 가격이 국내 정유사 공급 가격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2∼3주의 시차가 있고, 공급 가격이 주유소 판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데도 1∼2주의 시간이 걸린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