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최공필] 금융시스템 위험을 차단하려면
입력 2010-04-13 19:04
금번의 글로벌 위기는 시스템 위험에 대한 의식을 강화시킨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스템 위험의 확산방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장기구와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는 그동안 미뤄왔던 국제금융시스템의 개혁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개혁노력은 금융시스템의 주요 경로를 차지하고 있는 기축통화의 중심국가 주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주변 국가들의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할 경우 공정치 못한 경쟁토대(level-playing field)와 연관된 저항도 예상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향후 세계 지배구조의 발전과 더불어 시스템 위험과 관련된 보다 강화된 감독과 시장 감시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시장여건의 미비로 초래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도 강구되어야 한다. 출구전략이 지연되는 가운데 재정우위(fiscal dominance)로 초래된 금융기능의 위축은 집단적 쏠림현상과 버블화를 촉진하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감독 강화될 것
규제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글로벌 추세에 부응하면서도 우리 실정을 충분히 감안한 선택적 전략 마련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최근 세계적 규제논의의 핵심은 자본시장이나 비은행업무 자체에 대한 규제라기보다는 은행 부문과의 연결고리 차단이다. 은행의 모태역할이 두드러진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움직임은 일종의 경종(wake-up call)이다. 은행업무 위축으로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국제적 개혁방향이 전면 수용될 경우 자체 시장여건이 취약한 우리 금융시스템의 대외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특히 PF대출에서와 같이 증권화된 은행업무 비중 증가로 객관적 위험파악이 원천적으로 어려워 시스템 차원의 위험관리마저 여의치 않다. 강화된 위험관리 노력은 자칫 더 큰 시스템 위험으로 확대될 소지가 있다.
변혁기의 금융안정에 필수적인 시스템 위험관리를 위해 시장발전을 앞당기려면 몇 가지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경제적 기준이 우선시되도록 금융권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결정과정의 왜곡은 불가피해지며 산정할 수 없는 위험에 귀중한 재원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시스템 위험의 핵심인 일방향의 쏠림현상은 언제든 경계해야 한다. 위험을 억지로 낮추려는 정책노력들은 추후 더 큰 위험으로 둔갑하게 된다.
둘째, 자통법을 근간으로 한 지주회사 위주의 발전전략은 내용면에서 전략적 수정이 필요하다. 시스템 위험기관으로 선정된 지주회사 내 계열사 간 위험전이는 개별단위의 결정과정을 저해할 수 있다. 회계제도 변경 및 동태적 충당금(dynamic provisioning) 제도 확대시 기존 지주회사 중심의 재무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또한 현재의 지배구조 하에서는 규제차익(regulatory arbitrage)과 시스템 위험관리의 상충관계를 조율하기 어렵다.
금융지배구조 개선 필요
셋째, 당국은 위험관리능력에 따른 차별화를 통해 시장규율을 강화하면서 그룹차원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거시여건의 급격한 변화와 규제역풍(regulatory headwind)을 피하고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려면 외형확대에 앞서 튼튼한 자본토대 위에 핵심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대마불사는 종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당국은 금융시스템의 해외의존적 구도를 인식해 시스템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제반요인에 대한 구속력 있는 대응책을 강구하고 이것이 집행될 수 있는 지배구조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해외유동성 관련 안전망 구축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외부 환경요인을 안정시키고 자본시장 토대를 강화하면서 금융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시스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기초정비작업이 선행될 때 비로소 우리 금융비전은 현실화될 것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