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지표 들여다보니… 경기회복 둔화 추세 담겨

입력 2010-04-13 18:52

‘밀입국자 체포지수’ ‘슈퍼볼(미식축구 결승전) 30초 광고지수’…. 거시경제지표 수치가 올라도 경기 호전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 미국인들이 참고하는 비공식 경기선행지수다.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이웃 멕시코 등지에서의 밀입국 시도가 줄고, 슈퍼볼 30초 광고단가도 떨어진다는 식이다. 국내 비공식 경기지표에도 최근 미약해진 경기회복 추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부가 보는 속보지표들=정부가 경기 흐름을 읽는 데 참고하는 ‘속보지표’에는 신용카드 국내승인액과 휘발유 판매량, 전력판매량 등이 있다. 최종 집계까지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하는 통계청 수치보다 집계가 빨라 경기 흐름을 거의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는 비공식 지표인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3일 “거시경제 흐름 파악을 위해 참고용으로 전력판매량과 휘발유 판매량 등을 보고 있다”며 “지난달 두 지표 모두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증가폭은 약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력판매 증가율은 지난 1월 전년 대비 24%의 높은 증가세를 보인 후 2월 15.2%, 3월 12.6%(추정치)로 증가폭이 줄었다. 휘발유 판매 증가율도 올 들어 1월 -0.6%, 2월 8.3%, 3월 6.9%로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

◇시장지표에도 경기회복세 둔화 담겨=정부가 보는 속보지표 외에 시장에서 참고하는 비공식 경기지표로는 백화점 꼭대기층 매출과 서울시내 대형빌딩의 빈 사무실 비율(오피스 공실률) 등이 있다.

유통가에선 백화점 맨 위층 매출로 경기를 가늠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님이 즉흥적으로 사는 물건이 아니라 구매계획을 갖고 찾는 품목을 맨 위층에 배치하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조금씩 늘던 리빙패션매장(꼭대기층) 매출이 올 들어 1월 24.4%까지 치솟았던 매출 신장률이 최근 세일효과에도 주춤하고 있다”며 “그동안 가구·가전 등의 구매를 미뤄오던 고객들의 소비심리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자영업자 등의 투자심리를 볼 수 있는 서울시내 대형빌딩 오피스 공실률도 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아직 금융 위기 이전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재정부 관계자도 “올 들어 경기회복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비공식지표에 너무 밀착하면 큰 그림을 못 보는 만큼 지표를 종합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