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된 프로슈머… 기업서 ‘모시기’ 붐

입력 2010-04-13 21:33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 역할이 갈수록 ‘전문화’돼가고 있다. 신제품 관련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물론 시장조사, 연구개발(R&D) 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업체들은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만한 전문가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프로슈머’에서 전문가(professional)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프로슈머’로 진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4일부터 업계 최초로 주부 ‘연구원’ 9명을 뽑는다고 13일 밝혔다.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모니터요원(1000명), 소비자 패널요원(300)과는 참여 수준이 다르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CJ 주부 연구원은 선발 과정부터 다르다. CJ온마트에서 진행되는 주부 연구원 선발전에 신제품 아이디어를 등록하면 심사를 거쳐 최종 9명이 선발된다. 주부 연구원들은 6개월간 채택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상품화하는 전 과정에 참여한다. 강명우 CJ식품연구소 연구원은 “식품업에선 주부들의 생활상식, 살림 노하우 자체가 제품개발을 위한 전문지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컬러 카레 ‘CJ인델리 커리’와 국내 최초 식사대용 두부 ‘CJ모닝두부’ 등 소비자 아이디어를 반영한 히트상품을 여럿 출시했다.

삼양사도 다음달 제품 개발단계에 직접 참여하는 주부 모니터 요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선발된 요원들은 제품 콘셉트 개발 과정에서 의견을 내놓는 것은 물론 품질, 조리편리성 테스트를 직접 하게 된다.

‘주부파워’를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건설업계. 아파트 개발부터 시공, 내·외부 디자인, 모델하우스 품평, 경쟁사 상품 비교 등 참여분야도 넓고 전문적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주부자문단그룹 ‘21세기 주택위원회’는 지난 9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올해로 13년째 운영 중인 주부자문단은 매년 평균 200여건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데 그 중 65%가 대표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 시공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되면서 핵심 자문기구로 자리매김했다. ‘치약·칫솔 수납공간’, ‘2단짜리 주방 양념 보관용기’, ‘사용자 연령을 고려한 2개 타입 붙박이장’ 등이 자문단 아이디어가 현실화된 사례들이다.

지난해에는 김포한강, 가재울 3구역 등 총 8개 아파트단지에 제안된 145건의 아이디어 중 94건(64%)이 채택돼 적용됐다.

올해는 건국대 실내디자인과 김문덕 교수를 자문교수로 초빙해 자문단의 ‘머릿속’ 아이디어에 전문성을 더한다는 방침이다. 이언기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사업본부장은 “올해는 주부위원들의 활동 폭을 더 넓혀 아이디어의 현장반영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건설의 ‘명가연’,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스타일러’, SK건설의 ‘행복크리에이터’ 등 10여개 건설사 주부자문단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림산업 고객만족팀 관계자는 “아파트 고객의 핵심층인 일반 주부 눈높이에서 실생활에 밀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품개발 파트너로서의 주부 활용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선발된 자문단의 이력도 점차 전문화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사 사무소 근무나 건축디자인 전공, 마케팅업무 담당 등 관련업계에서 일했던 경력자의 지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박재찬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