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선관위, 집권 여당 해체 결정… 지도력 타격받은 아피싯 총리 더 궁지에
입력 2010-04-13 18:18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태국 반정부 시위대(UDD·일명 레드셔츠)는 13일 정부와의 협상 거부 입장을 고수한 채 즉각적인 총선 실시를 촉구했다.
UDD 지도자 웽 토지라칸은 “의회 즉시 해산과 조기총선 실시 외엔 지금의 시위 정국을 타개할 방안이 없다”면서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의회 해산을 선언하면 시위대는 곧바로 해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위법한 정치헌금을 받고도 법에 규정된 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대해 해체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는 민주당이 시멘트 회사인 TPI폴레네로부터 2005년 2억5800만 바트(약 97억원)의 선거자금을 받은 것에 대해 이같이 결정했다.
선관위의 이번 결정으로 반정부 시위대 진압에 실패해 가뜩이나 지도력에 타격을 입은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최대 위기에 몰렸다고 방콕포스트 등 태국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UDD는 지난해 초부터 이 문제를 집중 부각시켜 왔다.
UDD 지도자 자투폰 프롬판은 “선관위 결정으로 우리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면서 “즉각적인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 실시를 위한 투쟁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당초 이달 20일쯤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앞당겨 공개하고 헌법재판소에 이를 전달키로 했다. 이 사안에 대한 심리기간은 2개월∼1년이어서 헌재가 민주당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최종 결론은 최대 1년 가까이 미뤄질 수도 있다.
헌재가 선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이면 민주당은 해산되고, 민주당 지도자와 집행위원들은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카싯 피롬야 태국 외무장관은 지난 주말 시위 해산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 탁신 전 총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카싯 장관은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시위를 부추기며 매일 1억 바트씩 쏟아 붓고 있는 탁신은 피에 굶주린 테러리스트”라며 “과거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구 소련의 스탈린,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