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 정상회의] 미국 주도 의미·전망… 핵 무기-물질, 알카에다 손에 안들어가게 차단

입력 2010-04-13 18:1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핵 안보에 대한 일정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4년 내 핵물질 안전 확보’를 주창해온 오바마 대통령의 이니셔티브에 핵무기 또는 핵물질 보유국들의 동참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회의의 초점은 두 분야로 압축된다. 핵 테러 및 핵확산 방지다. 핵 테러는 미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알카에다와 같은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 즉 테러 집단의 핵무기 탈취와 테러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느냐다. 다른 하나는 북한 이란 같은 이른바 ‘불량국가’의 핵무기나 핵물질, 관련 기술 이전을 어떻게 막느냐다.

◇핵물질 방호=핵 안보에서 미국이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이다. 소련이 해체된 뒤 우크라이나 등과 알카에다의 영향력이 미치는 파키스탄이 보유한 핵무기, 핵물질은 보관 상태가 불안하다. 미 정보 당국은 영화에서처럼 테러 집단이 핵무기를 탈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규모 핵물질이 탈취됐다 하더라도 이것이 고폭과 결합되면 대량으로 살상할 수 있는 이른바 더티 밤(dirty bomb)으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냉전이 끝난 뒤 특정 국가의 전면적 핵공격보다는 인구 밀집 지역에 대한 테러 집단의 소규모 핵 테러를 최대 안보 위협 요인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2012년 2차 핵안보정상회의 전까지 고농축우라늄(HEU)을 전량 폐기키로 한 것은 핵물질 안전 확보와 관련된 구체적 약속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폐기할 HEU는 여러 개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HEU가 미국으로 옮겨지는 등 올해 중 상당 부분 폐기가 이뤄질 예정이며, 미국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특히 파키스탄의 핵무기 안전 확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영향력이 있는 알카에다가 핵물질을 입수하거나 탈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미 공개적으로도 파키스탄 정부에 안전 확보를 촉구하기도 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회의 개막 전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핵무기 및 핵물질 안전 확보를 약속했다.

◇핵 확산 방지=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WMD) 정책조정관은 지난 9일 기자 브리핑에서 “핵폭탄에 사용되는 추출 플루토늄과 HEU를 비국가행위자가 확보하는 것을 차단하면 핵 테러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핵 확산 방지가 핵 테러를 예방할 수 있는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핵 확산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국가가 북한과 이란이다. 미국은 북한이 시리아에 핵 기술을 수출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미얀마에 대한 핵 기술 이전 심증도 갖고 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다른 국가들의 핵무장을 자극할 만한 요인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북한과 이란은 핵 테러 타깃에서 조금 비켜나 있다. 하지만 향후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상’ 정책에 있어 우선 과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의 성과와는 별도로 다음달 예정된 핵확산금지조약(NPT) 8차 평가회의에서 일부 핵무기 비보유국들이 보유국들에 대한 선(先)핵군축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어 핵 안보 논란이 복잡하게 이어질 수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