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주한 美대사, 설월여고 특강 등 광주서 활발한 행보
입력 2010-04-13 18:22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5·18민주화운동 30주년을 한 달가량 앞두고 광주를 찾았다.
스티븐스 대사는 13일 오전 무등도서관 아메리칸 코너를 둘러본 뒤 설월여고에서 1시간여 동안 특강을 하면서 생기발랄한 여고생들과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앞서 12일에는 미국대사로는 처음으로 5·18재단을 방문하고 기독교 문화유적이 산재한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기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을 등반했다.
설월여고 영자신문 배지성(18) 편집장의 인터뷰와 특강 요청을 받아들여 학교를 방문한 그는 “학생 여러분들이 지금처럼 민주화된 국가에서 생활하는 것은 민주화운동을 이끈 광주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영어와 유창한 한국어를 섞어가면서 자신의 학창시절과 한국생활도 소개했다. 학생들은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스티븐스 대사는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를 상기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만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한다면 그것은 여러분과 한국 학생들 때문”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는 교육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가정과 사회에 부담이 되고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걱정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은근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미국 정부의 대변자인 스티븐스 대사는 5·18의 아픈 상흔을 간직한 광주와 미국의 역사적 연결고리에 대해 직접 언급하고 나서 이번 방문은 각별한 관심을 모았다.
광주에 오자마자 첫 방문지로 5·18재단을 선택한 그는 윤광장 재단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1980년 5·18과 관련된 미국 정부문서에 대한 공개제한 조치가 올 연말쯤 풀릴 것”이라며 “문서공개와 함께 미국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오해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89년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만든 5·18백서와 80년 당시 미국대사를 지낸 윌리엄 글라이스틴의 회고록 원본도 공개할 뜻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가 5·18 30주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양한 기념행사에 관심을 표명한 뒤 “5·18은 한국 민주주의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사건인데, 젊은이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에 놀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윤 이사장이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자 미국 내 모 대학의 강연 일정을 이유로 고사하면서도 영상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시민과 기념재단 측은 스티븐스 대사의 이런 광주방문을 5·18 이후 조성된 껄끄러움을 씻고 한·미 우호 관계의 씨앗을 광주에 뿌리려는 활발한 노력으로 해석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