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스마트폰 보조금… 방통위, 규제카드 만지작

입력 2010-04-13 18:10


‘스마트폰 보조금을 마케팅비로 볼 것인가, 말 것인가.’

통신업계가 스마트폰 보조금을 마케팅비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달 5일 한자리에 모여 통신시장의 과도한 마케팅비를 줄이기로 했다. 대신 그만큼을 연구개발(R&D) 투자에 쓰기로 합의했다. 후속 조치로 올해 마케팅비를 서비스 매출 기준 22%까지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논의 중이다. 막대한 마케팅비로 출혈경쟁을 벌였던 통신사들은 모두 환영했고 가이드라인은 금세 만들어질 듯 보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발목을 잡았다. 스마트폰 보조금을 마케팅비에 포함시키느냐 여부는 각사의 스마트폰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마케팅비에 포함되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이고 상대적으로 자금력 부분에서 다소 뒤처지는 통합LG텔레콤으로선 내심 반기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을 도입했고 ‘안드로-1’으로 공짜 스마트폰 시대마저 선언하는 등 스마트폰 활성화에 앞장선 KT는 난감한 입장이다. KT는 와이파이(WiFi) 등 무선망 투자에 적극적인 데다 음성통화보다 스마트폰의 무선인터넷 환경 구축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도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

일단 칼자루를 쥔 방통위는 스마트폰 보조금을 마케팅비에 포함시킬 방침으로 알려졌다. 예외를 둘 경우 마케팅비 과다출혈을 막겠다는 당초 정책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통위 관계자는 13일 “공식적으로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KT의 반발이 거세 방통위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보조금이 줄어들면 스마트폰 활성화에 장애가 될 것이란 KT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스마트폰 출고가는 90만원 안팎. 100만원 이상 고가 모델도 줄줄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통신사의 보조금 덕분에 20만∼30만원 선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있다. 업계에선 마케팅비 제한 규정을 지키려면 휴대전화당 보조금이 많아야 30만원 정도일 것으로 계산한다. 따라서 약정을 해도 스마트폰 값이 배 이상 뛰는 셈이다. KT 관계자는 “열풍이라고 불린 아이폰마저도 국내 휴대전화 시장의 1%인 50만대밖에 안 팔렸다”며 “아직도 국내에선 스마트폰 활성화란 측면에선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줄어든 보조금은 연구개발비로 쓰인다. 따라서 소수 스마트폰 구입자를 위해 보조금을 쓰면 그만큼 연구개발비로 갈 비용이 줄어들고 결국 대다수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는 역차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조금이 마케팅비에 포함된다고 해서 당장 KT 스마트폰 값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KT가 스마트폰 보조금을 줄이며 전체 전략을 수정하는 대신 스마트폰 보조금은 유지하면서 일반 휴대전화 보조금을 대폭 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경우 일반 휴대전화 구입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KT의 고민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