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어발 확장… ‘제살깎기 경쟁’ 우려
입력 2010-04-13 18:09
대형 시중은행들이 자동차 할부시장과 부동산 투자신탁 등 제2금융권 시장에 너도나도 진출하고 있다.
은행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시너지 창출 등 수익기반 확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과당경쟁과 수익악화 부메랑’이란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높고, 나아가 문어발식 사업영역 확장이란 지적도 많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에 이어 하나은행이 지난 12일 ‘직장인 오토론’을 출시, 자동차 금융시장 진출에 나섰다. 우리은행도 조만간 자동차금융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잇따라 자동차 금융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금융감독당국이 예대율을 규제하면서 리스크가 적은 대신 수익도 크지 않은 주택담보대출보다 연 2∼3%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자동차 금융시장은 연체율이 높지 않은 데다 은행들은 캐피탈사보다 저금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사업성이 높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오토론은 연 6% 중반에서 8%대의 금리로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연 11∼12%대인 캐피탈사의 대출상품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앞서 신한은행은 연 7%대의 신한 마이카 대출을 출시, 50여일 만에 866건 136억원의 대출 실적을 거뒀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0건 내외였던 대출 건수가 최근 7배 넘게 증가했다.
은행들이 자동차 금융시장에 진출하면서 소비자들은 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됐다.
은행들은 또 이미 포화상태인 부동산 신탁시장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부동산 신탁사업이란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맡아 관리하거나 이를 개발해 수익을 얻는 것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0일 중견 부동산 신탁업체인 다올부동산신탁 지분을 58%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 농협중앙회는 부동산 신탁사업을 농협의 중장기 성장모델로 세우고 시장 진출을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개 대형 부동산 신탁사의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누적 당기순이익은 703억원이었다.
부동산 신탁회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넘쳐나 결국은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