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1세대 우주왕복선의 퇴역

입력 2010-04-13 18:04

1957년 11월 발사된 러시아의 두 번째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의 유일한 승무원은 견공(犬公) 라이카였다. 인간보다 먼저 우주를 체험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발사 직전 라디오를 통해 라이카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들려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라이카는 우주여행에 앞서 모의비행 테스트까지 받았지만, 안타깝게 궤도 비행 도중 고온과 가속도를 견디지 못하고 숨졌다. 라이카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4년 후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에 타 인간으로는 처음 우주비행에 성공하는 초석을 놓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2008년 모스크바 인근 군사연구소에 라이카 동상을 세웠다.

이렇듯 우주개발 초기는 러시아의 독무대였다. 1966년에는 무인 탐사선 루나 9호를 달에 처음 착륙시켰다. 미국이 자존심을 회복한 계기는 1969년 7월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딛는 데 성공한 사건이었다.

양국의 경쟁은 1975년 닉슨 미국 대통령과 코시킨 러시아 총리가 만나 공동우주실험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주춤해졌다. 두 나라 모두 우주개발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에 부담을 느꼈던 것이다. 미국이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우주선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왕복선을 개발한 데에도 경제성이 고려됐다고 한다.

그제가 1981년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발사된 날이다. 이후 챌린저호, 디스커버리호, 엔데버호 등이 차례로 우주에 갔다가 돌아왔다. 달과 행성 탐사를 위한 중계기지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완성됨에 따라 29년간 활동해온 우주왕복선은 오는 9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미국은 차세대 우주선을 2015년쯤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개발 역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동물들의 희생이다. 라이카를 시작으로 원숭이, 쥐, 개구리, 뱀, 달팽이, 전갈, 도롱뇽 심지어 바퀴벌레까지 우주선에 태워져 무중력 상태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공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초파리를 갖고 간 바 있다. 우주개발이 멈추지 않는 한 동물실험은 계속될 것이다.

일본 중국 인도 등도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실패한 나로호의 2차 발사 일정을 오는 19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IT 강국에 이어 우주 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정부의 분발과 국민들의 성원이 있어야겠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