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詩] 샘

입력 2010-04-13 17:09

첫 달 셋째 주

월요일의 태양이

식어가고 있다

때 이른 한 낮의 온도가

봄기운처럼

등줄기에 잠시 내려 앉더니

동짓달

가파른 냉기가

어두움을 흩뿌린다




세월에

묻혀버린 몸

작은 불빛을 코 앞에 켜고

인생의 집기들과 씨름한다

오묘한 시간의 흐름을

창고 같은 가슴에 새겨넣고

맑고 투명했던 눈은

돋보기에 기대어

잔 주름을 덮고있는

몇 가닥 남지않은

흰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두툼한 성경을 읽는다




요란스럽던

새 소리는 잠들고

가슴에 고동치는

하늘의 울림마저

기러기 날아가는 소리에

잔잔한 사색에 젖는다

한 줌 밖에 안 될 듯한

세월

책장을 넘기듯

미세한 바람결에

쓰러지듯 넘어가지만

희망이

마르지않는 가슴에

감동의 샘은 흐른다



조심연(필라서머나교회 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