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 바이블] 태국 빈부 갈등, 강 건너 불 아니다
입력 2010-04-13 17:21
부자들 존경받지 못하는 한국 ‘뇌관 잠복’
태국의 유혈 비상사태를 보면서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태국 사태는 전형적인 경제적 계층 갈등이다. 태국 중남부를 기반으로 하는 대도시 중산층과 군부 등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판타밋(PDA·자유민주주의연합, 일명 옐로셔츠)파와 농민과 빈곤층의 지지를 받는 친탁신 단체(UDD·일명 레드셔츠) 간의 갈등이다.
한국은 빈부격차도 덜하고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군부 쿠데타도 불가능하므로 태국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도 낙관할 수 없다. 지난 3월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갈등이 지난 정부 때보다 더 심해졌다는 응답이 57.1%로 나타났다. 이렇게 내부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간 통일문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되느냐에 따라서 태국 못지않은 사회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앞서 국민 갈등을 봉합하는 일에 앞장서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그리고 부자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KBS에서 방영된 ‘명가’에서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재산은 만석 이상을 지니지 마라”는 등 경주 최 부자 가문의 가훈을 소개함으로써 존경받는 부자의 역사적 모범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한 편의 드라마도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명가’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지주들을 악인으로 묘사하여 오히려 빈부 갈등을 더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드라마 중에 존경받는 부자와 대비시키기 위해서 등장시킨 천박한 부자 김자춘을 대부분의 대지주들이 따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보면서 이 드라마로 인해 오히려 부자는 대부분 나쁘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들었다.
오늘날 좋은 부자가 많을까, 아니면 나쁜 부자가 많을까? 부자학연구학회 회장 한동철 교수는 폭력 사기 협잡 등의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을 ‘나쁜 부자’, 인맥 출생 등에 의해서 부자가 된 사람을 ‘무익무해한 부자’, 그리고 저축이나 사업을 통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을 ‘좋은 부자’라고 규정했다.
한 교수의 지적과 같이 좋은 부자를 돈 버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도 있겠지만, 돈을 쓰는 방식도 중요하다.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에게 질투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검소하게 살고,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하지 않고 이웃을 위해서 아낌없이 베풀며, 어느 한도 이상은 부를 축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명가’의 주인공 최국선은 쓰는 방식으로 인해 존경을 받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세계전망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2050년에는 통일한국의 1인당 소득이 일본을 추월해 8만8000달러로,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을 했다. 이에 취해서 낙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러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우리는 오히려 태국과 같은 사태가 발생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늘의 태국 사태를 우리나라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정치가와 언론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먼저 부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부자들은 깨끗하게 버는 데서 만족하지 말고, 부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도 가난한 자들로부터 존경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 중에 존경받는 부자가 많이 나와서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없어지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더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승욱(중앙대 교수·경제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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