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청년 성공담 그린 봄날처럼 따뜻한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

입력 2010-04-13 17:34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는 봄날처럼 따뜻한 영화다. 영화 내내 ‘꽃샘추위’ 한 번 없이 시종 마음을 훈훈하게 데우고 극장을 나서면서 미소 짓게 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2억50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기록했다. 주연을 맡은 샌드라 블럭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블럭이 ‘올 어바웃 스티브’로 올해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을 생각하면 연기력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가 시상에 큰 작용을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블럭의 연기를 평가절하 할 수는 없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전형적인 미국 영화다. 불우한 환경에 처한 흑인 청년이 유복한 백인 과정을 만나 성공하는 이야기에,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미식축구가 소재로 등장한다. 따뜻한 가족의 사랑도 잘 버무려져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모든 미덕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은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이다.

흑인 소년 마이클(퀸튼 애론)은 100㎏가 넘는 거구에다 운동신경도 뛰어나다. 하지만 많은 흑인 소년이 그렇듯 매우 안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와 어린 시절 강제로 떨어진 뒤 여러 곳을 전전했지만 그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곳은 없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슬픈 표정으로 어깨를 늘어뜨리고 다니는 마이클은 운동신경 덕분에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들어가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추수감사절 전날 밤, 체육관으로 향하던 마이클 앞에 리 앤(샌드라 블럭)이 나타난다. 쌀쌀한 날씨에 반 팔 티셔츠만 입고 있는 마이클이 갈 곳이 없음을 직감한 리 앤은 그를 집에 데리고 가 하룻밤을 묵게 한다. 이 일을 계기로 마이클과 가까워진 리 앤과 가족은 그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마이클이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마이클과 가족의 진짜 사진이 여러 장 보일 때 관객들은 이 동화 같은 이야기가 100% 사실이었다는 걸 알고 미소를 짓게 된다. 15일 개봉. 12세가.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