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천안함 함미… 의연한 실종자 가족들 “일부 유실 있더라도 최대한 빨리…”
입력 2010-04-12 22:04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는 실종자와 함체의 파편이 일부 유실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최대한 빨리 인양하기 위해 함미를 저수심 해역으로 옮기는 데 동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은 함미의 모습이 물 위로 드러나자 당초 예상보다 인양이 빨리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정국(39) 실가협 대표는 12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함미 예인작업에 동의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오후 2시30분쯤 인양작업 현장에 있는 가족 대표로부터 ‘피항하는 인양 크레인이 함미를 수심 25m 해역으로 옮기려 한다’는 연락을 받고 긴급회의를 열었다”며 “작업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만장일치로 이동을 결정하고 2시50분쯤 현장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실가협은 함미를 움직이는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유실은 감수하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대표는 “(수심) 40m 해역에서 끌어올리든지 25m 해역에서 끌어올리든지 유실 위험은 똑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함미의 스크루 쪽을 아래쪽으로 해서 선체 일부가 뻘에 들어가 있는데 함미를 들어올리는 순간 아래쪽으로 조류가 생긴다”며 “들어올리는 시기가 ‘조금’이든 ‘정조’든 상관없이 해저와 맞닿은 면에 파공(충격에 의해 뚫린 구멍)이 있다면 그 부분을 통한 유실은 막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저수심 해역으로 옮기지 않고 침몰 해역에서 인양하려면 인양크레인 등 피항한 배가 현장으로 다시 나올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잠수사가 다시 부유물 제거 작업을 해야 한다”며 “크레인을 연결하고 작업에 착수하는 데만 5∼7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시간을 아끼기 위해 크레인에 쇠사슬을 연결한 채로 함미를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옮겨진 해역은 수심이 얕아 유속이 느리고 섬의 일부가 바람을 막아줘 인양 작업에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평택 임시 숙소에 모인 실종자 가족들은 기대감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방송 뉴스를 시청하며 백령도 연안 방향으로 이동하는 함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상민 병장의 작은아버지 이병규(54)씨는 들뜬 목소리로 “이루 말할 수 없이 긴장된다. 조금 옮기고 다시 작업하지 말고, 욕심 같아서는 바지선을 끌어와 오늘 중으로 끌어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규석 중사의 아버지 문창호(61)씨는 “선체라도 볼 수 있으니 실종자 가족들은 지금 다들 좋아하고 있다”며 “아들은 틀림없이 함미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훈 일병의 어머니 정혜숙(48)씨는 “무사하게 인양되고, 무사하게 돌아오기만을 기도한다”며 두 손을 모았다.
심영빈 하사의 아버지 심대규(60)씨는 “조금은 마음이 놓이지만 열어봐야 알겠다”며 “(함미) 안에 애들이 제대로 있으면 천만다행이지만 혹시 못 찾아 영영 실종자가 될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평택=이경원 최승욱 김수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