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용기 사고 조종사 과실에 무게”
입력 2010-04-13 01:10
레흐 카친스키(61)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 인사 등이 한꺼번에 희생된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 과실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충격을 딛고 침착하게 정국 수습에 나섰다.
러시아 측 사고조사단 관계자들은 지난 10일 러시아 스몰렌스크 군용 공항 활주로 부근에서 추락한 러시아제 Tu(투폴레프)-154에서 수거한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사고기 자체의 기술적인 결함은 없으며 조종사 과실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밝혔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조종사는 추락 직전 짙은 안개 속을 지나치게 저공 비행하고 있음에 대해 관제탑의 경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사고 현장에 급파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에게도 보고됐다고 미국 CBS방송도 전했다.
관제탑 책임자 파벨 플루신도 “조종사가 착륙하기엔 시계가 좋지 않다는 경고를 무시했다”면서 “관제탑에서는 민스크나 모스크바로의 회항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폴란드 조종사가 관제탑에서 보내는 러시아식 숫자 표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보도했다. 폴란드 당국은 이를 부인했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현지 언론인 가제타 비보르타와의 인터뷰에서 “조종사들은 확신이 안 설 때면 정상에게 의견을 구한다”면서 그가 카친스키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폴란드 정부는 12일 장례 준비에 들어가는 한편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사고로 희생된 군 참모총장과 중앙은행 총재의 대리가 11일 각각 임명됐다. 기타 정부 요직 임명 절차는 장례식 후로 일단 미루기로 했다.
카친스키 대통령 시신은 사고 하루 만인 11일 바르샤바에 도착, 대통령 궁에 안치됐다. 부인 마리아 여사 시신도 확인돼 13일 폴란드로 운구될 예정이다. 대통령 부부 장례식은 17일 국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은 사망자 96명 중 현재까지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24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부는 얼굴과 지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신 훼손이 심해 유전자 감식이 동원돼야 하는 등 신원 확인 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