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우향우” 중도우파 野 총선 압승… IMF 구제금융등 경제난에 보수화 바람 거세져

입력 2010-04-12 18:37


헝가리 총선에서 중도우파 야당이 집권 사회당에 압승을 거뒀다. 나치즘을 신봉하는 극우 정당도 약진했다.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이 빠르게 보수화되고 있는 흐름이 선명하게 표출된 선거 결과라는 평가다.

11일(현지시간) 치러진 1차 투표 개표결과 빅토르 오르반(46) 전 총리가 이끄는 야당 청년민주동맹(FIDESZ·피데스)은 206석을 확보했다. 헝가리의 의회 의석은 모두 386석. 따라서 피데스가 얻은 의석은 이것만으로도 과반이다.

이번 1차 투표에서 일부 지역구와 비례대표 등 265석이 확정됐다. 득표율 과반을 한 후보가 없는 지역구에선 오는 25일 2차 투표를 실시한다. 2차 투표까지 치러지면 피데스 의석은 3분의 2가 넘는 270석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헝가리 MTI뉴스는 전했다.

집권 사회당(SDMZ)은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1차 투표에서 28석을 얻는 데 그쳤다. 2차 투표를 거쳐도 55석 정도를 겨우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집권한 사회당은 유럽연합(EU) 가입(2004년)으로 2006년 총선에서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 한번 재미를 본 사회당은 유로존(유로 사용 국가) 가입을 목표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무원 급여 삭감, 복지지출 축소, 부가가치세 인상(20%→25%) 등을 시행했다. 그 결과 실업률은 치솟고 재정 적자는 쌓여갔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미는 처지가 됐다.

피데스는 경제 살리기를 내세웠다. 대규모 주택건설 사업을 추진해 향후 10년 동안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대표 공약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3.8%(2006년 9.3%)까지 줄인 재정적자도 현재의 배까지 늘릴 수 있다며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약속했다. 피데스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26석을 확보한 ‘더 나은 헝가리 운동(Jobbik·조빅)’이다. 나치즘에 뿌리를 둔 극우 민족주의 정당이다. 총수 가보르 보나의 나이는 겨우 32세. 조빅은 집시를 범죄자로 매도하고 유대인이 경제위기 주범이라고 비난하며 외국계 기업에 대한 특혜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조빅은 2차까지 4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헝가리 학술원 팔 타마스 교수는 11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조빅이 모든 사회 경제 문제의 책임을 유대인과 집시 탓으로 돌리면서 농촌 지역 실업자들을 선동했다”며 “유대인을 본 적도 없는 이들이 조빅에 투표했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