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생존 한계 69시간 밝힌 데 배신감”… 실가협 “가족 상대로 고도의 심리전
입력 2010-04-12 18:25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는 12일 “사고 직후 군이 ‘실종자 생존 한계시간은 69시간’이라고 밝힌 데 대해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정국 실가협 대표는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은 선체 인양작업을 할 때까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임에도 이를 가리기 위해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고도의 심리전을 폈다”며 “군의 말을 믿고 잠시나마 희망을 가졌던 대부분의 가족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군이 생존 한계시간을 69시간, 72시간, 120시간으로 늘릴 때마다 가족들의 고통도 늘어났다”며 “69시간이 무의미한 시간임을 미리 알았다면 사고 직후부터 군에 보다 적극적인 구조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가협은 “군이 정말로 생존 한계시간을 이렇게 판단했다면 중차대한 판단 착오이며 애초부터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걸로 알았다면 가족을 우롱한 것”이라며 “명백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천안함은 잠수함이 아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수밀돼 실종자들이 살아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실가협은 천안함 침몰 사고 민·군 합동조사단에 실종자 가족 대표 1명이 합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합조단에 실종자 가족이 참여할 것을 요청했고 국방부가 공식 답변을 전해왔다”며 “합조단에 참여하는 가족 대표를 통해 생존 한계시간 발언이 어떤 의도에서 발표됐는지 진상을 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실가협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찾아오신 분 중에는 부대 근처에서 어렵게 행상을 하면서도 옥수수 300개를 쪄오신 할머니도 계셨다”며 “하지만 너무 긴박한 시간에 찾아오신 분들을 일일이 응대하지 못했고 천안시장의 경우 방문을 거절하는 결례를 범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국현 기자, 평택=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