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4년째… 인파 몰려 ‘혼잡’

입력 2010-04-12 18:23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예 떠밀려서 올라간다.” “사람을 피해 산에 오는데 요즘 북한산에는 도심 번화가보다 사람이 더 많으니….”



지난 10일 오전 11시쯤 봄기운이 완연한 북한산국립공원 구기탐방지원센터. 은은한 생강나무 꽃 향기에 마음이 상쾌해진다. 그러나 1시간 후 대남문으로 향하는 막바지 고개 길. 등산길과 하산길 탐방객들이 서로 엉켜 혼잡을 빚었다. 우측통행 원칙이 정착되지 않아 혼잡이 가중된다. 네 줄, 다섯줄로 흩어진 사람들끼리 팔이나 어깨가 부딪치는 것은 예사다. 구기탐방지원센터 앞 한 음식점에는 ‘축, XX중 O회 동기회’ ‘환영, △△중고교 전체 동문회’라고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지난 4일 비슷한 시각 북한산 탕춘대 능선길. 십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르는 단체 등산객들이 좁은 등산로를 횡대로 점령하고 걷는다. 빨리 걸으려는 사람에게는 장애물이다. 주말마다 북한산을 찾는 50대 남자는 “입장료 폐지 이후 동창회 단위의 단체 산행이 부쩍 늘었다”면서 “북한산에 한해서라도 입장료를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탕춘대 능선에서 30분 후 향로봉 턱밑의 돌계단 길. 앞 사람 엉덩이가 코앞이다. 추월할 때마다 “실례합니다” “잠깐만요”를 연발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런 말을 하기도 귀찮아진다. 사람에게 치이는 데 짜증이 난 등산객들은 탐방로 오른쪽 샛길로 향한다. 이는 등산로의 무분별한 확대와 샛길 확산으로 이어진다.

북한산국립공원 탐방객은 입장료 폐지 이후 2배 늘었다. 입장료 폐지 직후인 2007년에는 무려 1022만명이 찾았다. 북한산이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공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던 1994년 338만명보다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대책 수립에 나섰다. 공단이 지난해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북한산 둘레길도 정상과 주요 탐방로에 몰리는 등산객을 산 아래로 분산시키려는 게 첫째 목적이다. 정연만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우리나라도 국립공원의 위치와 특성이 다른 만큼 유형별, 개별적 관리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북한산 같은 도심형 공원은 탐방을 막는 것이 곤란하므로 케이블카 등을 통해 수요를 분산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한국산업개발연구원에 용역을 발주했다. ‘북한산국립공원 탐방문화개선대책 수립을 위한 조사연구 용역’이다. 공단 환경디자인팀 노윤경 차장은 “100년 후에도 명산 북한산이 지금처럼 남아있겠느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각 대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여러 가지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강구 중인 대책은 특정구역별(면적개념) 탐방금지, 케이블카 설치, 보호가치가 높은 구역에 대한 탐방예약제, 정상부근과 혼잡 탐방로에 대한 선별적 입장료 도입 등이다, 환경부는 케이블카 설치에 우호적이지만 전문가들은 주말이나 특정 고지대에 한해 선별적으로 입장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