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50] ‘韓風’에 요동치는 수도권… 與 빅3 “내가 韓 대항마” 전력질주 시작

입력 2010-04-13 00:52


미풍(微風)에 그칠 것으로 여겨졌던 ‘한명숙 바람’이 검찰의 별건수사란 뜻밖의 기류를 만나 세력을 키우고 있다. 아직 미풍으로 남을지, 메가톤급 태풍으로 격상될지 불확실하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는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선거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 한명숙 전 총리가 그 중심에 서게 됐다. 조그만 바람에도 당락이 바뀌는 수도권에서 ‘한풍(韓風)’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지 주목된다.

서울

설마했던 ‘한명숙 무죄’ 뇌관이 터지면서 서울시장 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고 여파와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숨죽였던 한나라당 후보들은 일제히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당내 경선도 과열조짐까지 보인다.

한나라당은 우선 ‘한명숙 바람’을 어떻게 차단할지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여당 내에선 당초 한 전 총리에게 무죄가 나더라도 큰 파괴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검찰의 별건수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서 경선 흥행몰이로 맞불을 놓기로 했다. 당초 4월 29일로 못박았던 경선 예정일도 5월 3일로 연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한나라당 경선이 본격 시작되고 정책 및 비전 경쟁으로 흐르면 한 전 총리의 위세도 사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들도 본격적인 경선 준비를 시작했다. 그동안 로키(Low Key) 행보를 보였던 오세훈 시장은 14일 출마 기자회견을 계기로 공세 모드로 전환키로 했다. 오 시장은 “TV 토론이 많을수록, 빠를수록 좋다”면서 경선 분위기에 가세했다.

지지율에서 오 시장에 열세인 원희룡 나경원 김충환 의원은 경선에 올인하고 있다. 원 의원과 나의원은 후보검증 청문회 도입, 경선운동 기간 10일 이상 확보나 경선일자 연기, 권역별 경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 의원은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정책 대결에서도 원 의원은 ‘사교육 없는 서울’을, 나 의원은 ‘그랜드 서울 플랜’을, 김 의원은 ‘물 흐르듯 흐르는 교통’을 제시했다. 또 원 의원이 “오 시장의 지지율이 한명숙 재판에 크게 흔들렸다”고 지적하자 오 시장 측은 “추세는 견고하다”고 반박하는 등 후보들 간 공방도 가열될 조짐이다.

한 전 총리는 오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 선거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범 야권의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추대를 위한 범민주시민준비위원회’(가칭)도 조만간 발족해 야권 단일 후보 논의를 본격 진행키로 했다. 향후 꾸려질 선대위에는 이해찬 전 총리 등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4월 국회를 통해 ‘한명숙 바람’을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